대외적으로 첫 언급…내달 손정의 회장 만나 '컨소시엄' 꾸릴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1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귀국해 취재진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편지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1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귀국해 취재진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편지수 기자

삼성전자가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 ARM 인수전 참여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2016년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이후 오랜만의 대규모 빅딜(M&A)다. 단 시장에서는 각국의 반독점 규제 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 컨소시엄을 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1일 2주간의 해외 출장을 마치고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ARM 인수와 관련, “다음 달에 손정의 회장께서 서울에 오실 텐데, 그때 제안을 할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영국 방문 기간 ARM 경영진과의 만남은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간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국내 반도체 산업군에서 부족한 팹리스를 보완하기 위해 ARM을 인수하리라는 추측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삼성전자가 ARM 인수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 2016년 ARM을 인수한 대주주로, 2020년 엔비디아에 매각하려 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22일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또한 한국을 방문해 ARM 인수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 대변인은 "손 회장이 삼성전자와 ARM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위한 논의를 할 예정으로 이번 한국 방문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꿈꾸는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해 팹리스 부문 역량을 강화하리라는 관측이 나왔다. ARM은 컴퓨터의 CPU와 스마트폰 두뇌로 불리는 AP칩 설계 핵심 기술을 보유한 업체로,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특히 ARM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등 모바일 칩 설계 시장 점유율은 2020년 기준 90%에 달한다.

단 삼성이 ARM을 단독 인수할 가능성은 낮다. 각국의 자국산업 보호주의가 강한 상황에서 독과점 문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앞서 ARM의 소유주인 소프트뱅크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2020년 ARM을 400억달러(약 48조원)에 매각하려 했으나 각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각국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지분을 공동으로 투자하는 컨소시엄 형태로 ARM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인텔, 퀄컴,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플레이어들도 ARM 인수 컨소시엄 참여를 암시했다. 이 부회장과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월 ARM 인수 관련 논의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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