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전 차관, "외환당국 달러 환투기 막았어야" 쓴소리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 사진/연합뉴스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가운데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달러 사재기' 환투기 현상과 이를 막지 못한 외환 당국에 쓴소리를 남겼다. 

26일 김 전 차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과 우리나라를 비교해보면 일본은 단 한 차례도 금리를 인상하지 않아 미국과 금리 역전 현상이 극심한데도 엔화는 원화보다 약간 더 절하되는 데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0.25%에서 3.25%로 3%포인트(상단 기준) 올라갔다. 같은 기간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폭은 0.5%에서 2.5%로 2%포인트에 그쳤고, 일본은행은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과 이달 23일 종가를 비교할 경우 달러 대비 엔화의 절하율은 24.5%, 원화는 18.5%로 6%포인트나 격차가 난다.

이를 두고 김 전 차관은 기준금리 조정폭과 비교해 달러 대비 엔화의 절하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데 대해 "기축통화로서 엔화의 저력과 대외 순자산이 우리보다 월등히 많은 일본의 사정도 작용하겠지만 내국인의 달러 사재기 규모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원인을 지적했다.

지금 국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달러를 사는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는 것이다.

김 전 차관은 "올해 시장에서 투자로 돈을 번 사람들은 결국 달러"라면서 "1997년 외환위기 때 금을 모아서 나라를 구하자고 나섰던 국민들이 이번에는 한국물을 팔고 떠나는 외국인보다 더 맹렬한 기세로 달러를 사들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비난할 일이 아니지만, 지금과 같이 심리가 중요한 시기에 내국인이 제일 발 빠르게 자국 통화 약세에 베팅하는 길이 너무나도 쉽고 무제한으로 열려 있다는 것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는 달러 사재기를 적절히 제한하지 않은 당국을 향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김 전 차관은 "지금과 같은 때에는 당국이 외환 수급을 점검해보고 유출 요인을 최소화할 방법을 백방으로 찾아야 할 때"라면서 "그런 비장한 인식과 움직임이 있어야 내국인도 당국의 방어 능력을 믿고 달러 사재기를 자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차관은 1987년 행정고시 30회로 공직에 입문해 김 전 차관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재부 제1차관을 거쳤다. 세계은행에서 5년간 선임 재무 전문가로서 재직한 그는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국내에서 가장 먼저 예측한 국제금융전문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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