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초강세에 환율 22원 급등…상단 1500원까지 열어놔야

달러. 사진/연합뉴스
달러.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폭주하고 있다. 달러화 초강세에 환율은 1410원을 돌파한지 이틀 만에 1430원까지 넘어서며 연일 상단을 높이고 있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정책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유럽의 에너지 수급 위기,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달러 선호 심리가 강해진 탓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환율이 1450원을 넘어 1500원까지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22.0원 오른 달러당 1431.3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9.7원 오른 1419.0원에 개장하자마자 1420원대에 진입한 데 이어 오후 1시 10분을 지나면서 1430원까지 돌파했다. 2009년 3월 17일(고가 기준 1436.0원) 이후 13년 6개월여 만이다.

오후에는 1434.8원까지 치솟으며 2거래일 전 기록한 종전 연고점(고가 기준 1413.4원)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이제 목전에 둔 직전 최고치는 2009년 3월 16일 장중 기록한 1488.0원이 됐다.

미국 연준이 올해 한번 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커진 데다 영국의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며 달러 선호 심리가 강해졌다.

연준은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공개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에서 연말 금리를 4.40%로 예상했다.

올해 남은 두 차례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총 1.25%포인트 더 올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시장은 이를 위해 연준이 한번 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지난 주말 영국이 내놓은 50조원대의 감세안은 경기 침체 우려를 자극하고 파운드화 기피 심리에 불붙이며 달러 가치를 더욱 밀어 올리는 모습이다.

지난 23일 저녁 영국 정부는 5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소득세 기본세율을 20%에서 19%로 내리는 조치를 1년 앞당겨 내년 4월 시행하고, 최고세율은 45%에서 40%로 내린다.

또 법인세 인상 계획도 철폐하고 은행원의 상여금 상한선을 없애는 등을 통해 2027년까지 450억파운드(약 70조원)를 감세할 계획이다.

이에 1파운드 가치는 1.08달러까지 떨어졌다. 통상 1달러보다 높은 가치를 보였던 파운드화가 37년 만의 최저치를 나타내며, 유로화에 이어 '패리티'(1달러=1파운드)를 형성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13선을 돌파, 2002년 5월 말 이후 약 20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1450원을 넘어 1500원까지도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최소 4.5%까지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 남아 있는 기간 동안 125bp(1.25%) 정도를 더 인상하겠다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그렇게까지 속도를 내진 못할 것"이라며 "환율 상단을 1450원에서 150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분석했다.

치솟는 환율에 외국인의 '셀코리아' 행보는 더욱 거세지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의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1조158억원 가량 순매도했다. 9월 한달 동안 팔아치운 국내 주식은 2조7577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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