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 외식 물가가 전년 대비 8.8%나 오르는 등 근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선뜻 식당에서 밥 한 끼 먹기 무서운 요즘 사람들은 가정간편식(HMR)을 대량으로 구입해 쟁여놓고 먹기 일쑤다.

식품기업 하림이 닭고기 가공에서 즉석밥과 라면, 만두, 죽, 튀김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시에 하림은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에 인위적인 가공을 최대한 줄이는데 집중했다. 하림의 식품 철학은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남다르다는 인상을 준다. 

하림 '닭고기 종합처리센터' 익산공장. 사진/하림
하림 '닭고기 종합처리센터' 익산공장. 사진/하림

28일 찾은 전북 익산의 하림 '닭고기 종합처리센터'와 '퍼스트키친(식품공장)'에서는 이처럼 하림이 추구하는 식품 공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먼저 '닭고기 종합처리센터'는 최첨단 장비, 설비로 무장한 모습이다. 4만평 규모의 공장에는 하루 평균 65~75만마리의 닭이 도계, 가공된 후 우리 식탁에 올라온다. 닭 비린내 따위의 냄새가 진동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으나, 넓은 공간에 쾌적한 공기를 자아내는 '스마트팩토리' 식의 시설은 이를 불식시켰다. 

하림의 닭고기 도계과정은 상당히 체계적이다. 총 8가지의 단계를 거쳐 진행되는데, ▲가스스터닝 ▲방혈 ▲탕적/탈모 ▲스티뮬레이션 ▲에어칠링 ▲8℃ 작업장 ▲냉각터널 ▲콜드체인 등으로 이뤄진다. 친환경 동물복지 시스템으로, 2019년 260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했다. 닭의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최상의 육질을 제공하는데 목표로 했다. 

하림은 1000여개의 농가와 계약사육 식으로 종란을 공급해 닭의 생육환경을 직접 관리한다. 닭장에 가두는 식이 아닌 방목형으로 사육되며, 사료 역시 하림이 공급해준다. 여기서 사육된 닭은 '가스스터닝(편안하게 재우기)'를 거친다. 말 그대로 이산화탄소를 공급해 닭들을 재운 뒤, '방혈(혈액 배출시키기)'을 한다. 모세혈관의 피까지 깔끔히 배출시켜 닭의 신선도를 유지시킨다. 

이후 닭들을 45℃가량의 뜨거운 물에 담가 깃털을 제거하고, 전기 자극으로 도계된 닭들의 육질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후에 '에어칠링(공기냉각)'으로 차가운 바람으로 닭의 체온을 2℃까지 낮춰준다. 보통 타사에서는 차가운 물에 담그는 식으로 닭을 냉각시키지만, 하림은 교차오염의 발생을 줄이기 위해 7㎞ 라인에 닭을 매달아 200여분간 닭의 체온을 떨어뜨린다.

포장작업을 마친 닭들은 다시 '냉각터널(살얼음 코팅하기)'을 지나게 된다. -25℃의 냉각터널을 지나면서 닭고기는 살얼음이 맺힌다. 마지막으로 닭고기는 0~1℃가량의 실내 온도를 유지해주는 콜드체인 차량에 실려 식탁 위로 올라온다. 이처럼 하림은 닭의 신선도에 무엇보다도 집중한 모습이다. 이를 위해 공장 내 실내 온도를 8℃로 맞춰 설정했다. 하림이 닭고기 시장점유율 1위(31%)인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갓나온 닭고기 요리(소금구이, 닭튀김, 삼계탕)들을 먹어보니 탱글탱글한 식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닭목부터 내장까지도 버리는 것 하나 없이 반려동물 사료로 사용돼 자원순환을 목표로 한 하림의 지속가능 경영도 살펴볼 수 있었다.  

하림 '퍼스트키친(식품공장)'. 사진/하림산업
하림 '퍼스트키친(식품공장)'. 사진/하림산업

나아가 하림은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를 식탁까지 옮기기 위해 식품 다양화에도 힘쓰고 있다. 닭고기 종합처리센터에서 9㎞가량 떨어진 하림산업의 '퍼스트키친(식품공장)'은 이름 그대로 공유주방을 지향한다. 가족을 생각하는 주방의 의미를 담아내 신선한 식재료를 고집하는 것이다. 합성향료나 착색료, 보존료 등의 인공적인 부재료도 지양한다. 편집증처럼 느껴질 정도로 하림의 식품 철학은 확고했다. 

3만6000평 규모의 '퍼스트키친'에는 국·탕·찌개류부터 덮밥, 죽, 육수, 소스, 만두, 냉동 볶음밥, 즉석밥, 튀김 등 880여종의 밀키트를 생산해낸다. '퍼스트키친'은 총 세 개의 시설로 구성됐으며, K1에서는 각종 밀키트들을, K2에서는 면류를, K3에서는 밥류를 만든다. 특히 K3의 경우 즉석밥조차도 물과 쌀만으로 밥을 짓고 뜸을 들이는 식으로 반도체 공장에 버금가는 수준의 '스마트팩토리'로 운영됐다. 온도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제조 과정에서의 시설 이상을 시시각각으로 잡아냈다. 갓나온 즉석밥 역시도 고슬고슬한 식감을 자아낸다. 

하림의 지난해 연매출은 1조1000억원으로, 500대 기업에 진입했다. 밀키트 시장에서 비교적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지만, 하림의 기치는 '식재료 본연의 맛'에 있다. 기본에 집중한 것이다. 까다로운 공정과 인공 조미료를 지양하는 하림의 승부수는 익산공장을 위시로 한 '하림푸드 트라이앵글'에서도 나타난다. 2023년까지 물류센터를 증설해 생산과 가공, 유통까지도 '원패스 시스템'으로 직배송하겠다는 것이다. 

하림 관계자는 "'하림푸드 트라이앵글'은 우리나라 식품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구상"이라며 "동북아 식품시장의 수출 전초기지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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