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인프라 철회·바이오노트 연기·인벤티지랩은 흥행 참패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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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바이오벤처기업의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 증시 침체에 바이오 업종에 대한 신뢰 하락까지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고, 이에 따라 탄탄한 역량과 실적을 갖춘 기업마저도 청약 흥행에 실패하거나 기업공개(IPO)를 철회하고 있다.

22일 바이오인프라에 따르면 회사는 전날 금융감독원에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바이오인프라는 임상수탁기관(CRO) 기업으로 다음 달 1일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IPO를 진행해 왔다. 지난 16~17일에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고, 22~23일에는 일반청약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바이오인프라는 일반청약을 앞두고 기업공개(IPO)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수요예측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예측된다. 바이오인프라의 예상 시가총액은 약 1186~1341억원이었으며, 공모 예정 금액은 약 230~260억원 수준이었다.

바이오인프라 관계자는 “최근 금리 인상 및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글로벌 증시 침체로 기업공개 시장 여건이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당사의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내부경영진 판단과 외부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 공모를 철회한다”고 전했다.

바이오인프라는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를 비롯해 국내 대형 제약사들에게 시험 의뢰를 받고 있다. 지난해 매출 305억5333만원, 영업이익 74억6261만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5.8%, 105.9% 증가했다. 탄탄한 수익성과 기술력으로 IPO 성공을 자신했으나 기대한 만큼 수요가 없어 고배를 마셨다.

일반적으로 IPO 시장은 11월이 전통적인 성수기로 여겨지지만, 증시 부진이 이어지면서 시장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IPO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데다 바이오기업 투심도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은 이날까지 애드바이오텍, 바이오에프디엔씨, 노을, 보로노이, 루닛, 에이프릴바이오, 알피바이오, 선바이오, 비스토스, 플라즈맵, 샤페론, 인벤티지랩 등으로 총 12곳이다.

지난해 한해 제약바이오 신규 상장사가 20곳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부진한 흐름이다. 알츠하이머·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디앤디파마텍과 AI 기반 희귀질환 유전자 진단업체 쓰리빌리언은 거래소 심사 과정을 넘지 못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업체로 알려진 이뮨메드 등도 자진 철회했다.

올해 유니콘 특례를 활용해 코스닥에 입성할 계획이었던 지아이이노베이션도, 바이오 상장 문턱이 높아지면서 기술특례로 방향을 바꿨다.

하반기 IPO 최대어로 꼽힌 동물진단기업 바이오노트조차 IPO 일정을 연기했다. 단 바이오노트는 이번 IPO일정이 외부 요인이 아니라, 3분기 실적을 반영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바이오노트는 코로나19 항원진단키트를 개발하면서 2019년 400억대에서 지난해 6000억대까지 매출액이 뛰었다.

바이오벤처기업들에게는 임상과 연구개발 등에 드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자금 유치가 필수다. 제때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임상시험조차 제대로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올해 다수의 바이오기업들은 자금운용 등의 문제로 임상시험을 철회하고 있다.

어렵게 상장하더라도 저조한 성적을 거두는 곳들도 적지 않다. 선바이오, 알피바이오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희망 공모가보다 낮은 공모가를 받아들었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약물 전달 플랫폼 기업인 인벤티지랩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희망가 대비 54% 낮은 1만 2000원에 결정했다. 종근당, 대웅제약 등 업계 최상위 제약사를 파트너사로 두고 있고, 다양한 개량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해 높은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바이오 업종 투자심리 악화, 증시 부진 등으로 수요예측 흥행에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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