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15억 아파트 75.1→69.2%·15억 이상부턴 81.2→75.3%로 낮춰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결정했다. 집값이 빠르게 하락하며 실거래가보다 공시가격이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낮춰 종부세·재산세 등 부동산 세금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난 정권에서 2020년 도입한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이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한국부동산원 서울강남지사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를 열어 공시가 현실화율 수정·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공청회에서는 내년에 적용하는 공시가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렇게 되면 내년에 적용되는 공동주택 기준 현실화율은 평균 69.0%로 조정돼 올해 71.5%보다 2.5%포인트(p)낮아진다.

가격대별로 살펴보면 9억원 미만 아파트에 적용하는 현실화율은 올해 69.4%에서 내년 68.1%로 1.3%p 낮아진다. 9억원 이상∼15억원 미만은 올해 75.1%에서 내년 69.2%로 5.9%p 내려가고, 15억원 이상 아파트도 올해 81.2%에서 내년 75.3%로 역시 5.9%p 떨어진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현실화율이 높았던 9억원 이상 아파트가 조정의 수혜를 더 많이 보게 된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재산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등 67개 행정 제도의 기준으로 사용된다.

앞서 국토부는 1차 공청회를 통해 당초 72.7%로 계획돼 있었던 내년 현실화율을 올해(71.5%) 수준으로 동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런데 이후 실거래가가 공시가보다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이에 더해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 인원이 122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조세 저항 우려가 커지자 18일만에 보완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한 전문가는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공동주택 일부에서 나타나는 역전 현상이 가격 민감도가 낮은 단독주택·토지까지 확대될 수 있다"며 "공시가격 제도의 수용성이 악화하는 것을 막으려면 현실화 계획 시행 전인 2020년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실화율을 2020년으로 되돌리는 이번 조치는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을 사실상 폐기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을 단계적으로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는 현실화 로드맵을 발표한 2020년 11월 당시 공시가가 시세 평균의 69%(공동주택)였다.

이후 집값이 급등하고 현실화 로드맵 적용 효과까지 더해지며 공통주택 공시가격은 2021년 19.1%, 작년엔 17.2% 뛰었다. 공시가 상승으로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 인원은 역대 최대치로 증가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 현실화율 동결만으로는 국민 부담을 완화하는데 여러 제약 요건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경제 상황이 급변하고, 급변의 끝이 어디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실화율을 동결하면 여전히 (실거래가보다 공시가가 높아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안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 수정안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준비 중인 내년도 보유세 인하 방안이 공개될 가능성도 이야기된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세제 개편안을 통해 발표한 종부세 다주택자 중과 폐지와 기본세율 인하 등을 추진 중이며, 행정안전부는 올해 재산세 부과 때 한시적으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45%로 낮춘 것을 내년까지 연장할지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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