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육로공급 막혀 둔촌주공 등 공사중단 위기
현대제철 포항공장 출하 중단‧현대차 출고도 차질

화물연대 총파업이 시작된 첫날인 24일 오전 전남 광양시 광양항터미널 입구가 대형 트레일러 차량으로 막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24일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건설계와 산업계 곳곳에서 운송 차질로 인한 피해가 벌어졌다.

이날 전국 16개 지역본부별로 출정식을 가진 화물연대는 대형 트레일러 차량 등을 동원해 컨테이너기지, 항만, 공장 입구 등 전국 주요 물류 거점을 봉쇄했다.

이에 따라 당일 운송이 중요한 시멘트 분야의 피해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시멘트를 대규모로 실어나를 수 있는 차량인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운행이 파업으로 대부분 중단됐기 때문이다.

육로와 해로를 통틀어 하루에 2만7000t에 달하는 시멘트를 출하하는 강원 삼척 삼표 시멘트는 파업으로 육로가 막혀 해상으로만 2만5000t을 출하해야 했다.

동해 쌍용시멘트도 철도를 통해 4000t가량만 간신히 출하했고, 강릉 한라시멘트는 하루 평균 2만5000t에 달하는 출하량 중 2만t의 물량이 나가지도 못하고 쌓여있는 상태다.

시멘트 공장의 생산은 예정대로 진행 중이지만, 파업이 일주일 이상 장기화하면 시멘트 재고가 적체돼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레미콘 업계 또한 다음 주부터는 시멘트 부족으로 전국 레미콘 공장의 절반 이상이 가동을 멈출 것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레미콘 공장과 건설 현장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달 초 분양에 들어가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부터 레미콘 타설이 중단될 위기다. 시공사업단에 따르면 미리 확보한 레미콘으로 이날까진 레미콘 타설이 가능하지만 내일부터는 작업 진행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건축의 핵심을 이루는 골조 공사를 이루는 레미콘 타설이 멈추면 사실상 공사 전체가 중단된다.

이외에도 삼표산업 성수공장 철수 이후 레미콘 공급 부족에 시달려온 서울 세운지구 등 사대문 안 공사현장도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쳐 공사 중단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체와 완성차업체에서도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평소엔 하루 8000t의 물량을 출하하는 현대제철 포항공장은 파업 첫날부터 전혀 물량을 내보내지 못했다.

지난 9월 침수 피해를 겪고 아직도 복구에 전념 중인 포스코 포항제철소 또한 필요한 장비와 자재 등을 받지 못할까봐 우려하고 있다.

완성차업계도 파업으로 부품을 받지 못해 생산에 차질이 생기거나, 차를 완성해 놓고도 출고하지 못할까봐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대차와 기아는 완성차 출고에 차질이 발생할 조짐이 감지되면 직원들이 직접 완성차량을 운전해 공장에서 지역 출고센터까지 이송하는 '로드 탁송'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탁송차량 확보에 일부 차질이 발생하자 로드 탁송 방식으로 공장에서 완성차 제품을 빼내고 있다.

조선업계는 철강 등 자재 수급에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선적일 기준 3일 전부터 항만에서 화물을 받던 해운업계도 7일로 기간을 늘려 미리 화물이 항구에 들어오도록 하는 등 대책에 나섰다.

한편 정유업계에서는 미리 재고를 확보하고 대체 차량을 섭외해 물류와 수송에 눈에 띄는 차질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유통업계와 택배업계에서도 아직까지 파업 영향력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업계에선 화물연대의 영향력이 큰 컨테이너‧시멘트 운송용 대형 차량에 대한 의존도가 적은 편이다.

현재 화물연대는 올해 말로 일몰을 앞둔 안전 운임제의 영구화와 적용 차종과 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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