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저렴하고 탄소 배출 적은 '그린카본블랙' 상용화

백성문 엘디카본 대표. 사진/엘디카본
백성문 엘디카본 대표. 사진/엘디카본

탄소 감축은 국제 산업계의 가장 큰 숙제로 떠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한국은 화석연료 비중이 높고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최근 30년 사이 평균온도가 1.4℃나 올랐다. 이미 지난 2015년 온실가스 억제를 위해 체결된 파리협정에서 제시한 ‘한계선’인 1.5℃ 상승의 턱밑까지 올라온 것이다.

2018년 기준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5위에 올라있어 탄소 감축 사업의 추진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도 버거운 감축 비용 탓에 국내 대부분의 중소기업‧스타트업은 진입조차 어려워하는 것이 현실이다.

6일 국내 산업계에서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 중 하나인 폐타이어를 탄소 배출 없이 새 타이어에 쓰일 필수재료 ‘카본블랙’으로 바꾸는 ‘엘디카본’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엘디카본은 지난달 24일 5420개 경쟁자를 누르고 ‘올해 스타트업의 왕중왕’으로 선정됐다.

폐타이어를 재료로 새 타이어를 생산한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경제성과 친환경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엘디카본의 목표는 타이어의 ‘지속 가능 순환 구조’의 구축이다.

지난달 25일 강남구 자곡로 강남에이스타워에서 만난 백성문 엘디카본 대표는 “엘디카본(LDC)란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탄소의 순환(Life re-Defined Carbon)’이 담겨있는 이름”이라며 “기존의 산업 구조가 화석연료를 쓰고 소모하는 ‘선형’ 구조였다면, 한번 쓰인 자원을 재활용해 새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순환구조를 달성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엘디카본은 타이어 산업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자재인 ‘카본블랙’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고무와 카본블랙이 결합하면 검은 색으로 물듦과 동시에 강도가 30배 가까이 자동차의 중량을 거뜬히 견디는 타이어가 된다. 문제는 카본블랙이 값비싼 석유제품을 막대한 탄소를 배출시키며 태워야 만들어지고, 그렇게 생산된 폐타이어의 처리도 탄소 배출이 심하다는 점이다.

백 대표는 “현재 국내에서는 매년 35만t에서 40만t에 이르는 폐타이어가 나오고 있는데, 이들 중 70%는 발전소나 시멘트공장 등에서 연료로 태워진다”며 “1000kg의 폐타이어를 태울 때 930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환경에 가는 부담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엘디카본은 석유제품 대신 이렇게 소모되는 폐타이어를 재료로 다시 ‘그린카본블랙’을 만드는 공정을 개발했다. 그린카본블랙은 기존 타이어의 ‘이너라이너’ 부위의 카본블랙을 대체할 수 있다.

그린카본블랙 제품 샘플 사진. 사진/엘디카본
그린카본블랙 제품 샘플 사진. 사진/엘디카본

기존 카본블랙보다 30% 가량 저렴한 것은 물론, 무산소 열분해를 통해 제조시 배출되는 탄소도 80%나 줄이는데 성공했다. 아울러 재료부터 석유화학 제품이 아닌 폐타이어를 쓰기에 변동이 심한 국제 유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공장에서는 가격 뿐 아니라 성능도 기존 카본블랙과 경쟁할 수 있는 그린카본블랙은 물론, 타이어를 태우면서 나오는 부산물인 친환경 오일인 ‘열분해유’도 함께 생산할 예정이다.

엘디카본은 해당 기술을 통해 국내 업계에선 최초로, 아시아에선 2번째로 글로벌 친환경 소재 국제인증제도인 'ISCC PLUS(International Sustainability & Carbon Certification) 인증'을 획득하는 성과도 거뒀다.

엘디카본은 국내 타이어 1위 기업인 한국타이어에는 이미 납품이 시작됐으며, 미쉐린 타이어 등 세계 10대 타이어 업체에도 샘플을 보내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백 대표는 “스타트업이 폐기물 재활용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대한 정확한 이해, 품질 높은 재활용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장비와 설비, 조직의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금을 관리할 역량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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