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만명이 이용하는 '애그테크' 기업…한때 유니콘 성장 기대도

사진/그린랩스
사진/그린랩스

애그테크(AgriTech) 기업으로 촉망받던 그린랩스가 제때 자금 조달을 받지 못해 창사 5년 만에 위기에 놓였다. 그린랩스는 데이터 농식품산업 스타트업으로, 과거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그린랩스는 전날 오후 서울 송파구 사옥에서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미팅은 사업부에서 주도하에 열렸으며, 그린랩스의 향후 거취를 직원들에게 상세하게 알리는 자리였다. 

그린랩스는 신년부터 고금리 여파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대내외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고, 사업 규모를 재편하는데 여러 고심을 거듭했다. 일례로 수익성 위주의 사업을 강화하고, 지출을 줄이는 식이었다. 직원들의 부식이나 복지도 대폭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은 회사의 불투명한 경영 환경에 의구심을 가졌고, 타운홀 미팅은 그런 내부 분위기를 진화시키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대규모 인력을 감축한다거나 사업을 아예 중단할 수도 있다는 풍문이 오갔다. 그린랩스 전체 직원은 약 500명에 달한다.

타운홀 미팅에서 사측은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사실상 구조조정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그린랩스는 현재 노조가 없다. 이에 직원들은 사측이 제시한 선택지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서는 이러한 타운홀 미팅에 반발해 우왕좌왕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파견, 계약직은 더 불투명해지는 상황이다. 오히려 내부적으로 불안감이 더 팽배해졌다. 

그린랩스는 2017년 5월 설립 후 빠른 성장세를 보여왔던 농식품산업 스타트업이다.창업 5년 만에 누적 투자액만 2400억원에 달했으며, 2021년 매출액은 1000억원을 넘겼다. 작년 매출액도 5000억원을 기댈 정도로, 탄탄대로였던 기업이다. 특히 그린랩스의 플랫폼 '팜모닝'은 농업인 80만명이 가입할 정도로 농업계 필수 앱이었다. 

팜모닝은 농사를 처음시작하는 예비 농업인들에 파종부터 재배, 유통까지 일사천리 알려주는 플랫폼이다. 농업인 간에 서로 소통도 가능하며, 인스타그램처럼 실시간 소통도 가능했다. 농장을 신축하거나 작물 재배 시 필요한 농자재나 병해충 예방도 지원했다. 2019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 '4차 산업혁명' 우수기업으로 장관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최근 금리 인상으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자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고, 종국에는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그린랩스 측은 "사내 구성원들이 불안해하는 분위기가 있어 (사업부가) 선제적으로 나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구체적으로 구조조정이나 사업 재편에서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황"이라며 "만약 구조조정이 실제로 발생하면 위로금을 제공하는 쪽으로 조율 중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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