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정부가 7일 내놓은 세법개정안은 결국 재정건전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감세 유지를 강하게 주장하던 정부는 이날 오전 고위당정협의 끝에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감세를 제외하곤, 법인·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대로 유지했다.

글로벌 재정위기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감세를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결국 소득세 최고세율은 현행 35%로 유지하고, 법인세는 과표 2억원 초과 구간을 2억~500억원 이하 및 500억원 초과 구간으로 세분한 뒤, 중소·중견기업들이 주로 적용받게 될 2억~500억원 이하 구간의 세율을 20%로 인하했다. 반면 500억원 초과 구간은 현행 22% 세율이 그대로 적용된다.

이를 통해 정부가 추가로 거둬들이는 세수는 3조원 가량이다.

다만 정부는 임시투자세액공제(이하 임투공제)를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이하 고용창출공제)로 전면 개편하고,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신설하는 등의 세법개정 내용은 그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임투공제는 연간 공제 규모가 연간 2조1000억원이나 돼 재계가 줄곧 폐지 반대를 주장해 왔다. 지난해에도 정부가 폐지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지만 결국 '임투공제(4~5%)+고용창출공제(1%)'라는 절충안으로 최종 결정된 바 있다.

정부는 올해도 임투공제 폐지 대신 완전한 고용창출공제로의 전환을 세법개정안에 담았다. 투자만 하면 무조건 세금을 감면해주기 보단 기업투자에 반드시 고용 유지 또는 증가가 수반돼야만 세금 감면을 해주겠다는 뜻이다.

투자금액의 5%(수도권 내 대기업) 또는 6%(수도권 밖 대기업 및 중소기업)를 세금에서 공제해주겠다는 것은 지금과 같지만, 일자리 증가가 없으면 최대 공제액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고용을 유지할 경우 기본공제 4% 혜택은 받을 수 있지만, 고용감소가 있는 투자라면 아예 기본공제조차 받지 못한다.
재계에 ‘고용있는 투자’를 재계에 요구한 셈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고용을 늘리고자 하는 중소기업에게는 지원을 더욱 확대했다. 회사측이 부담해야 하는 신규 인력의 사회보험료를 2년간 감면해주고,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에 대해서도 취업후 3년간 근로소득세를 면제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입장에선 1인당 수백만원의 보험료 부담을 덜게 됐고, 신입직원도 3년간 세금 감면액만큼 인금인상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제도(제조업, 연개발업 등 39개 업종에 대해 5~30% 세액감면)를 3년간 연장했으며, 원활한 가업상속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가업상속 공제율(40%→100%)이나 공제한도(최대 100억→최대 500억원)도 확대했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로 변칙적 상속·증여 차단

정부가 이번 세법개정안을 준비하면서 제일 고심한 부분은 일감 몰아주기 과세다.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변칙적인 상속·증여가 발생한다는 지적은 여러 차례 나왔는데, 이를 어떻게 과세할지가 고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주가상승 차익보다 수혜법인의 영업이익에 방법을 택했다. 일감 몰아주기가 계속되는데도 외부환경에 의한 주가 폭락 등이 있을 수 있어,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다만 처음 도입되는 제도인 만큼 3%-30% 기준을 정하는 등 상당히 신중을 기했다. 특수관계법인(지배주주와 그 특수관계자가 30% 이상 출자해 지배하는 법인)과의 거래비율이 30%를 넘길 경우 일감 몰아주기로 보고, 수혜법인 지분을 3% 이상 보유한 주주에게 증여세를 물리겠다는 것이다.

여러 특수관계법인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를 감안, 합산시 30%를 넘으면 과세 대상으로 봤으며, 우회지분을 통해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간접출자비율만큼 증여세 계산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주식을 양도할 경우 증여세로 과세된 부분은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해 제외하기로 했으며, 소급적용 없이 내년 1월 1일 이후 거래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국회에서 세법 통과 전까지 여러 논의를 거치겠지만,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편법적인 부의 되물림을 차단하고 공정과세를 실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근로장려세제 등 서민·중산층 세지원 강화

올 세법개정안 역시 서민·중산층을 위한 세제지원 내용도 많이 담겼다. 그중 가장 주목되는 내용은 근로장려세제 확대다.

현재는 18세 미만 부양자녀가 있어야 하며, 부부합산 소득이 연간 1700만원 미만이여야 최대 12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에서는 부양자녀가 없거나 18세 이상된 자녀들이 있어도 배우자만 있으면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부양자녀 수에 따라 소득기준을 차등을 둬, 자녀가 셋 이상이고 소득이 2500만원 미만이라면 최대 180만원의 근로장려금이 지급되도록 했다.

근로장려세제 수혜대상과 금액이 확대된 만큼, 여기에 투입될 세수는 약 2300억원 가량이다. 이번 세법개정안의 전체 세수감소 규모의 1/4에 해당한다. 재정건전성을 위해 세입기반을 확대해야 하지만 서민·중산층을 위한 세제지원은 지속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밖에 전통시장에서 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30%로 높이고, 공제한도도 100만원 추가해 준 부분은 전통시장 상인들뿐만 아니라, 시장을 찾는 소비자에겐 반가운 일이다.

전월세 소득공제는 총급여 기준이 300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이하로 확대돼, 전체 근로자의 86%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농어업용 면세유가 2015년말까지 공급되며, 농어업용 기자재나 영·유아용 기저귀와 분야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기간도 3년더 연장됐다.

이재경 기자 leejk@s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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