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판매량 감소 했지만…"미국은 인하, 국내는 지켜보는 중"

4일 현대자동차가 N 브랜드 최초의 고성능 전기차로 출시한 '아이오닉 5 N(IONIQ 5 N)'. 사진=현대자동차 홈페이지
4일 현대자동차가 N 브랜드 최초의 고성능 전기차로 출시한 '아이오닉 5 N(IONIQ 5 N)'. 사진=현대자동차 홈페이지

현대자동차 그룹이 내수 시장 전기자동차 판매량 부진에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낼지 주목된다. 소비 여력 하락에 사람들이 더 저렴한 차량을 구입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으며, 경쟁사들은 가격 인하 행보를 연이어 보이고 있다. 다만 하이브리드 차량과 해외 시장 판매량은 여전히 양호하기에 좀 더 시기를 두고 볼 수도 있다.

6일 SK증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 누적 기준 현대차의 국내 시장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 감소한 3476대다. 또 기아는 45% 하락한 2473대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전기차는 인프라 부족 인식과 테슬라의 가격 인하, 중국산 모델 Y 수입에 따른 가격 저항 발생하며 판매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등록된 국내 승용 신차 상위 10위 중 기아 레이와 현대차 캐스퍼, 기아 모닝 등 경차는 3대였다. 또 지난달 국내 경차 등록 대수는 1만278대로 지난해 동월 대비 0.9% 늘었다. SUV가 대세인 시대에 경차 등록 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건 지난 2월 이후 6개월 만이다. 또 경차는 모든 차급 중 전월 등록 대수가 유일하게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올해 경차 판매량 추이는 예년과 다르다고 보고 있다. 우선 국내 경차 판매량은 2012년 21만6221대에서 지난해에는 13만4294대까지 줄었다. 또 경차 판매량은 사회 초년생들을 중심으로 연초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지만 올해는 8월에 몰린 것이다.

이는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3고(高)'에 전기차는 보조금을 지급받아도 가격이 부담이기에 차라리 경차로 몰리는 것으로 여겨진다.

경차와 함께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소비자 선택이 몰리는 점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은 1~8월 누적 기준 전년 대비 153%, 기아는 20% 증가했다.

소비 여력 감소와 전기차 시장에 가격 인하 흐름이 본격화되는 점도 현대차와 기아를 고민하게 한다. 테슬라는 8월 중국에서 모델Y 롱레인지 가격을 이전보다 4.5% 내린 29만9900위안(약 5500만원), 모델Y 퍼포먼스는 3.5% 하락한 34만9900위안(약 6230만원)으로 책정했다.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조치다. 테슬라는 국내 시장에서도 판매량이 전년 대비 올해 상반기 44.6% 감소했다.

미국 포드는 올해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가격을 17%,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머스탱 마하-E’는 약 8% 낮췄다. 제너럴모터스(GM)는 중국에서 캐딜락 EV ‘리릭’ 판매가를 14% 인하했다. 폭스바겐도 중국 ID.시리즈 가격을 최대 27%나 감소시켰다.

신규 모델들의 가격도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중국 비야디(BYD)가 하반기 한국 시장에 출시하기로 계획된 준중형 SUV '아토3'는 해외 시장에서 4천만원 대에 판매됐다. 해당 모델은 기아의 니로 EV와 유사한 모델로, 니로 EV는 보조금 제외 5122만원이다. 아토3는 보조금 포함 시 국내에서 3천만원 대에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야디는 4월 2023 상하이모터쇼에서 공개한 보급형 전기차 ‘씨걸(Seagull)’ 가격을 1만1400달러(약 1520만원)으로 책정하며 전기차 가격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수입 전기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증가하고 있는 점고 고민스럽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산 전기차는 2022년 상반기 대비 5.7% 증가한 반면 수입 전기차는 60.2% 급증했고, 이에 따라 수입 전기차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14.7%에서 올해 20.7%로 증가하는 추세다.

반대로 현대차와 기아로서는 국내 시장 전기차를 제외하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인다는 점이 가격 인하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현대차의 1~8월 누적 글로벌 도매 판매량은 34만7000대로 전년 대비 3.4%, 기아는 25만5000대로 5.2% 증가했다.

또 8월 미국에서 현대차는 3%, 기아는 9.2% 늘었으며, 일본도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해소되면서 성장세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최근 인도네시아 시장에 집중하며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할 방도를 찾았다. 현대차는 올해 7월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3913대를 판매하며 시장점유율 56.5%로 1위에 올랐다. 인도네시아 시장은 지난해 중국 우링자동차가 78% 점유율로 1위였지만 올해는 양상이 달라졌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 현지 공장과 함께 내년부터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셀 현지 합작공장을 가동하면 인도네시아 시장 확대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한다. 또 현대차 인도네시아 판매법인(HMID)은 현지 최대 유통업체인 '리뽀몰 인도네시아(Lippo Malls Indonesia)'와 전기차 충전소 확장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전기차가 많이 보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배터리나 전기모터 등이 더 개발되면 내연기관과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 시장에서는 세금 면제 등 고객들이 받는 혜택과 테슬라 등 경쟁사에 대응해 가격을 낮췄지만, 국내는 보조금이 유지되고 있고 가격 경쟁적인 면에서 인하를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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