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모세
【중소기업신문】유럽 재정위기의 파장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지면서 세계 경제가 바야흐로 ‘침체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의 경제 위기가 1930년대 대공황에 못지않은 심각한 양상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 경제도 숨이 가빠지고 있다.

당장 세계 경제의 큰 축인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7.6%로 하락하면서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정부는 당초 올해 성장률 목표를 7.5%로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바오바(保八), 즉 ‘8% 지키기’를 마지노선으로 삼았었다.

선진국을 대신해 세계 경제를 떠받칠 것으로 보였던 브라질⋅러시아⋅인도 등 브릭스(BRICs) 국가들도 휘청거리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브라질은 1분기 성장률이 0.8%로 추락했고, 인도 역시 5.3%에 머물면서 9년 만에 처음으로 6% 아래로 떨어졌다.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는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 경제가 침체의 수렁에서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조기 회복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5%에서 3%로 낮췄지만, 문제는 낮춰 잡은 3% 성장률마저 장담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우리 경제는 무역 의존도가 90%를 넘는다. 세계 경기 후퇴가 장기화되면 한국경제의 성장과 수출 동력은 스톱되거나 심각한 지경을 맞을 수밖에 없다. 그러잖아도 우리나라는 빈부의 격차가 OECD 27개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극심하다. 여기에 경제가 더 악화되면 이 나라 국민 90%인 빈곤층은 벼랑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사태가 이런데도 여의도 정치권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여야 구분 없이 태평성대를 약속하는 대책 없는 복지공약 생산에 여념이 없다. 대선을 앞에 둔 정치권에서는 지금 ‘경제민주화’라는 말이 유행이다. 여야는 총선을 앞둔 작년 말부터 헌법 119조 2항에 명시된 ‘경제 민주화’를 정책으로 보여주겠다고 경쟁하듯 말해오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도 지난 10일 출마선언을 통해 국민행복을 위한 3대 핵심과제로 경제 민주화 실현, 일자리 창출, 한국형 복지의 확립 등을 꼽으면서 특히 경제 민주화를 강조했다.

우리 사회는 부(富)의 편중이 심화되면서 극심한 양극화 현상이 고착되었다. 정책이 한쪽 방향으로 치달아온 데다 경제 권력에 대한 자유방임이 더해져 양극화를 불러오고, 이로 인해 사회 전체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낙오자 집단이 대형화되었다.

양극화는 정치적 민주주의의 토대를 흔들고, 정치적 불안정은 자유시장경제의 기본을 갉아먹는 악순환의 바퀴로 작용한다. 우리 사회는 이미 이 같은 악순환의 바퀴가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경제 민주화는 시급하고도 중대한 사안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이 외치는 경제 민주화 구호에는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정책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이 나서서 경제 민주화란 이름 아래 재벌 개혁, 부자 증세만을 무모하게 밀어붙이고 무작정 ‘분배 우선’ ‘복지 우선’을 밀고 나가면 자칫 한국경제를 키워온 민간기업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망가뜨리고 성장의 동력까지 헤칠 위험이 많다.

그나마 다소 다행인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작금의 글로벌 경제침체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집중적으로 경제를 챙긴다는 점이다. 여야 가리지 않고 MB와의 차별화에 목숨을 건 듯한 상황인데도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때도 마지막 날 저녁까지 일하고 나왔다”며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레임덕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민이 위임한 5년 임기 동안 마지막까지 오로지 일로 승부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와 자세는 ‘오로지’ 대권 쟁탈을 위한 난타전에 여념이 없는 여의도 정치권의 행태와는 사뭇 비교된다. 지금 여야 정치권은 대권 쟁탈전에 앞서 어떤 정책, 어떤 대안이 절박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밑바닥 서민의 굽은 등을 펴줄 수 있는가를 놓고 다퉈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대권을 향한 가장 효과적인 승부수이기도 하다.

국민은 이제 현실성 없는 ‘경제 민주화’니 ‘복지’니 하는 빛 좋은 개살구 식 구호에 감동하거나 기대를 걸지 않는다. 지금 우리의 경제상황은 그만큼 절박하고 엄중하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국민과 정부와 정치권, 기업이 똘똘 뭉쳐야 한다. MB정권에 대한 비리는 철저하게 가차 없이 파헤치되 경제난 타개를 위해서는 대통령과 정부에 힘을 모아줘야 한다.

MB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약한 들개가 늙어 힘이 빠진 맹수를 공격해 물어뜯듯 정치권이 정권말기의 힘 빠진 청와대를 한풀이 하듯 물어뜯고 고립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 과거 경제위기도 예외 없이 레임덕 시기에 찾아왔다. 정치권이 내전으로 치명상을 자초하는 일이 없도록 정신을 차려야 할 때다.

정 모 세
<언론인⋅한국동북아정책연구원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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