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외친 안원장 구명논란은 최 회장 횡령혐의 재판에 ‘엄정한 잣대’ 요구하는 것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범야권 대선주자로 재벌개혁을 외치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30일 과거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위한 구명 탄원서에 서명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최 회장 구명운동에 참여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인정하고 "인정에 치우칠 것 아니라 좀 더 깊이 생각했어야 했다"고 뒤 늦게 후회했다.

안원장이 최 회장구명에 서명한 사실이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현재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로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는 최태원 회장 재판은 재판부나 정치권이 어느 때 보다 더욱 엄정한 처벌의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은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구명운동에 동참했다는 모 언론사의 보도와 관련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10년 전의 그 탄원서 서명에 대해 당시에도 부담을 느꼈고 (그 후에도)내내 그 일이 적절한 것이었는지 생각해 왔다"며 "인정에 치우칠 것이 아니라 좀 더 깊이 생각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서명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의 대기업들은 한국 경제에서 역할을 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 역할과 비중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지금 누구든 법을 어기면 공정하게 처벌받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이 일에 대한 비판과 지적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당시 "2003년 당시 브이소사이어티(V(벤처)-SOCIETY)' 회원으로서 전체 회원 명의로 법원에 제출되는 탄원서에 서명한 일이 있다"며 "벤처소사이어티는 대기업 관계자들과 벤처기업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벤처 육성에 도움이 되고자 만들어진 단체였고 저도 그 취지에 공감해 동참했다"고 브이소사이어티 가입 사실을 인정했다.

이어 "2003년 당시 벤처소사이어티의 중심적 역할을 해온 최태원 SK 회장이 구속되자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자는 의견이 제기됐고 회원 전체가 참여하기로 했다"고 서명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브이소사이어티 회원들은 "최 회장이 국가의 근간산업인 정보통신, 에너지 산업을 부흥시켜 왔다"며 "모든 책임을 지더라도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그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최 회장은 당시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같은해 9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후 최 회장은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뒤 8·15 특별사면을 받았다. 최 회장의 사례는 재벌 총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의 전형적인 예로 꼽힌다.

이처럼 9년 전 재벌 총수의 구명운동을 벌였던 안 원장은 최근 출간한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는 입장을 달리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안 원장은 이 책의 '삼성동물원과 LG동물원을 넘어'라는 장(章)에서 "기업주가 전횡을 일삼거나 주주일가의 사적 이익을 추구한다면 그건 범죄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행위가 법률과 제도적으로는 처벌 대상이 되는데 지금까지 행정·사법부가 입법 취지대로 집행하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이런 것이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법치에 대한 불신과 우리 사회가 정말 불공평하다는 절망감을 낳았다"고 기술했다.

한편 안 원장이 선처를 호소했던 최 회장은 선물투자를 위해 계열사 자금을 전용하고,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등 모두 636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런 논란이 불거져 최 회장의 재판에 ‘솜방망이 처벌’은 없을 것 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정치권은 재벌개혁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고 사법부도 재벌총수의 비리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최 회장의 재판이 주목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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