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 올해의 광복 67주년 기념식을 예년에 없이 복잡한 감회에 젖어 시종일관 TV로 지켜봤습니다. 그보다 5일 앞서 독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만 언급했을 뿐 독도문제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외교문제를 가지고 여야로 갈려 싸우는 한국정치의 고질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야당 측에서는 대통령이 국제분쟁지역화를 자초해서 독도를 일본에 빼앗기게 되기라도 한 것처럼 공격했습니다. 민주당의 대표라는 분들은 '깜짝 쇼' '나쁜 통치 행위' '좌충우돌'이라며 대통령을 공격했습니다. 작년까지만도 러시아 대통령은 북방4도에 갔는데 이 대통령은 왜 독도엘 안 가냐고 닥달했던 민주당입니다.

독도방문에 대한 지지여론이 70%를 훌쩍 넘자 뒤늦게 "독도 방문은 국민의 환영을 받을 수 있다"고 말을 바꾸면서 공격의 촛점을 일본 쪽으로 돌렸습니다. 실효지배가 중요하다면 대통령의 방문은 그것을 명확히하는 방법일 수도 있는 겁니다. 일단 외교적으로 사건이 터졌을 경우 국익에 유리하게 국면을 끌어가는 초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서 전혀 반성을 모르는 일본을 상대함에 있어 대통령의 독도방문은 일종의 ‘쇼크요법’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우리 국력이 커졌기에 가능했지 예전 같았으면 대한 투자기업들을 앞세운 일본의 전방위적 압력으로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입니다.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이 대통령이 독도에 갈 계획이 있었다면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 같은 것을 왜 체결하려고 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국회의 반대로 협정 체결이 보류되긴 했으나 그 무렵 일본은 원자력기본법을 바꾸어 핵무기를 만들려고 한다는 국제적인 의혹을 사고 있었습니다.

로카쇼무라는 일본 아오모리(靑森)현에 있는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 시설이 위치한 곳입니다.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나라 가운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허가 받은 핵연료 재처리 시설입니다.

이 시설물의 한 켠에 사진 한 장이 걸려 있는데 연구소에서 최초로 플루토늄 추출에 성공하고 나서 직원들이 추출물을 제단에 올려놓고 눈물을 흘리며 제를 올리는 장면을 담은 사진입니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세계 유일의 원자폭탄 피폭국인 일본인의 만감(萬感)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2개의 원자폭탄으로 일본은 2차 세계대전에서 백기를 들었습니다. 히로시마는 우라늄 탄이었고, 나가사키는 그 보다 파괴력이 강한 플루토늄 탄이었습니다.

로카쇼무라의 눈물을 다시는 전쟁을 일으켜 원자폭탄을 맞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참회의 눈물로 여겼던 사람들은 생각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게 됐습니다. 일본이 우리도 어엿이 핵폭탄을 만들어 핵보유국이 되자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원자력기본법의 기본방침을 34년 만에 바꿔 “생명보호와 환경보전, 국가의 안전보장에 이바지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국가의 안전보장’을 추가했고,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법의 목적도 ‘평화목적에 한한다’는 종전의 규정을 ‘우주기본법의 평화이용에 관한 기본이념에 따른다’고 평화조항을 애매하게 바꿨습니다.

뿐만 아니라 로카쇼무라의 우라늄과 플루토늄의 혼합연료(MOX) 가공공장 증설 인가를 지난 6월 내줬습니다. 이 혼합연료는 후쿠이(福井) 현 쓰루가(敦賀)시에 있는 몬주(文殊)고속증식로의 연료로 쓰이는데, 여기서는 막바로 핵무기로 쓸 수 있는 고순도의 플루토늄이 나온다고 합니다.

5대 핵보유국 중 핵확산 방지에 관해 세계경찰을 자임한 미국이 핵무기 제조기술로 연결되는 핵연료재처리 시설을 일본에 허용한 것은 일본과 함께 아시아에서 중국과 소련을 견제하려던 냉전적 측면 외에 심정적, 법률적 측면도 고려된 것이었다고 봅니다.

심정적 측면은 2차세계대전 전범국이자 세계 유일의 핵피폭국인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에 대한 일본 내부는 물론, 세계의 반대여론을 넘을 수 없을 것으로 본 것입니다. 같은 전범국가지만 독일은 결코 핵무장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 점에서 미국은 일본이 반성을 모르는 나라라는 점을 간과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법률적인 고려의 근거는 핵무기의 제조 보유 도입을 금지하는 ‘비핵 3원칙’을 담은 일본의 평화헌법입니다. 이번 원자력기본법과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법을 개정하면서도 일본정부는 비핵3원칙을 유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국가 목표가 설정되면 여야가 없이 일치단결하여 추진하는 나라입니다. 원자력기본법이 일본 중의원에서 공론화 과정도 삭제된 채 여야의 밀실논의를 통해 처리된 것은 일본식 돌격주의의 단면을 잘 보여줬습니다.

법 개정과 관계없이 일본은 이미 핵보유국이나 마찬가지의 핵능력을 보유한 ‘잠재적 핵보유국’입니다. 3개월이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고, 현재 보유 중인 플루토늄만으로도 수천 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으며, 연간 1만 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추출 시설을 갖춘 나라입니다. 거기에 핵무기의 운반수단인 위성발사 능력까지 갖추고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동경 도지사 같은 우익세력들이 “중국과 북한이 핵무기를 가진 마당에 일본이 핵무장을 하지 않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말한다 해서 하나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로카쇼무라의 눈물이 어떤 본색을 드러낼지 세계는 예의 주시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독도를 가는 것이나 일왕의 사죄를 요구하는 것도 때론 필요하지만 동북아에서 유일의 비핵국가로 남게 될 처지에서 최소한 일본 정도의 핵능력을 확보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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