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들의 코스피 '귀환'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5일 하루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원 넘게 팔아치우며 유례없는 폭락장을 야기했던 외국인투자자들은 9일부터 '사자'로 돌아선 이후 순매수액을 늘리고 있다. 외국인이 5거래일 간 사들인 코스피는 1조8400억원에 달한다. 이번주 굵직굵직한 '빅이벤트'를 앞두고 외국인의 '바이코리아'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19일 한국거래소의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5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구체적으로 지난 9일 42억원 순매수한 이후 12일(687억원), 13일(1742억원), 14일(3756억원)에도 '사자' 기조를 보였고, 16일에는 무려 1조2202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은 지난 5일 하루 동안 코스피를 1조4536억원 순매도하며 지수 급락을 야기했다. 6일(1338억원)과 7일(756억원), 8일(5320억원)에도 '팔자' 흐름을 계속했다.
지난주부터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로 되돌아온 것은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과도했다'는 평가에 힘이 실리고 부터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5일간 반도체를 집중적으로 담았다. 삼성전자를 8979억원 순매수하며 가장 많이 사들였고, SK하이닉스도 7711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현대차(1378억원)와 크래프톤(1221억원)이 순매수 3,4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 등 빅테크 종목이 다시 살아나며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커진 것도 국내 반도체 종목에 대한 투심 회복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 한 주 동안 19% 가까이 올랐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AI 수익 창출 의문으로 인해 급락했던 반도체 섹터들에 외국인투자자들의 순매수세가 집중 유입되면서 빠르게 반등한 점이 지난주 한국 증시의 상승세를 주도했다"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회복되면서 AI 테마에 대한 조정 심리가 진정된 점이 국내 증시에는 호재"라고 설명했다.
뉴욕증시도 살아나는 분위기다.
지난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3.93% 오르며 작년 11월 이후 가장 좋은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한 주간 5.29%,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2.94% 올랐다.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잦아든 점이 안도감을 줬다. 최근 발표된 소비 등 미국의 주요 경제 지표는 미국의 경제가 아직 강하고 연착륙을 향할 수 있음을 시사했으며, 주요 인플레이션 지표도 선방하며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번주 국내증시는 '빅이벤트'를 앞두고 잠시 쉬어가는 장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는 22일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공개되고, 23일 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이 예정돼 있다. 22일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도 열린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7월 초 수준으로 지수 레벨업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최근 위기의 불씨인 침체 우려,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영향, 연준, 인공지능(AI) 버블 우려 등이 소멸돼야 하지만 각종 지표 일정상 9월 초까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주요 이벤트를 치르는 과정에서 일부 투자자들의 단기 차익 실현 욕구를 유발할 수 있다"고 봤다.
외국인들의 국내증시 매수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만큼 지수 상승 기대감도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 한 주간 외국인은 국내 시장에서 약 1조700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고 이중 약 84%에 달하는 1조4000억원 정도가 반도체에 집중됐다"며 "최근 환율 환경도 우호적이어서 외국인 복귀에 거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