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실적 쇼크에 엔비디아·TSMC 등 주가 동반 급락
파운드리 투자 지연도…삼성전자·SK하이닉스 하락 출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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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ASML이 내년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며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또 다시 AI거품론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ASML 장비 주문 감소는 곧 반도체 생산 업체들의 투자 감소를 뜻한다. 시장 예상 절반 수준에 불과한 주문량에 ASML은 26년만에 최대 폭락했고, 엔비디아와 TSMC 등 반도체 관련주도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ASML은 15일(현지시간) 실적발표를 통해 3분기 수주액이 26억 유로에 그쳤다고 밝혔다.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하던 53억9000만 유로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부진한 장비 수주에 내년 매출 전망도 최대 400억 유로에서 300억~350억 유로로 하향 조정했다. 54~56%로 예상하던 내년 마진율 전망도 51~53%로 내려잡으며, EUV 노광장비 출시가 지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토퍼 푸케 ASML 최고경영자는 “업황 회복속도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이러한 상황은 2025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덧붙여 “파운드리 고객사들의 전환이 늦춰지고 여러 공장의 일정이 연기되는 한편, 리소그래피를 포함한 수요 예상치를 바꿔야 했다”고 해명했다.

ASML 주요 고객사 가운데 파운드리 부문 사업 재편에 나선 인텔 등이 이번 실적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당초 인텔은 자체 반도체 위탁생산 시설 구축을 계획했으나 실적 악화로 파운드리 분사를 포함한 100억 달러의 비용 절감 계획에 돌입한 상태다. 

아울러 미국 정부가 AI 가속기 등 고성능 칩셋 수출에 ‘국가별 상한’을 두려 한다는 보도도 우려를 키웠다. 중국 기업들이 중동 등지를 반도체 수출 제한 우회로로 사용하는 데 따라 국가 쿼터를 두려는 시도다. 지속적인 대 중국 수출 규제에도 ASML은 3분기 매출 47%를 중국에서 거뒀다.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도 지출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반도체 업계가 인공지능(AI) 가속기 분야에서는 공급이 부족한 반면 자동차 및 산업 분야에서는 재고가 남는 불균형적인 상황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실적 보고서는 ASML 웹사이트에 발표 예정일보다 하루 빠르게 노출됐다. ASML은 보고서를 곧바로 삭제했지만 세부 사항이 이미 확산한 후였다. ASML은 “기술적 오류로 인해” 실적이 조기 발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의 리 심슨 애널리스트는 “예정보다 이른 실적 발표는 어려운 환경을 부각시켜준다”며 “인텔의 공장 확장 지연과 파운드리 업계 영향력이 커진 TSMC의 가격 협상력으로 인한 압박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켄터 피츠제럴드의 C.J.뮤즈 애널리스트도 “우연인지 계획적인지 논란과 관계없이 분명히 실망스럽다”며 시장의 악화한 심리로 주가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을 예고했다.

소식에 ASML 주가는 16.26% 폭락했다. 이는 1998년 6월 12일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어두운 시장 전망에 반도체 관련주도 일제히 내렸다. 최고점을 목전에 뒀던 엔비디아는 4.69% 하락했고 AMD 5.22%, 브로드컴은 3.47%, TSMC는 2.64%, 마이크론은 3.71% 하락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5.28% 급락했다.

ASML의 실적 충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약세다.

삼성전자는 다시 5만전자로 내려앉았고, SK하이닉스는 하루 만에 19만원선을 반납했다. 이날 10시 9분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6만1000원) 대비 2.13%(1300원) 내린 5만9700원에 거래 중이다. 같은 시간 SK하아닉스는 전 거래일(19만2900원) 대비 2.70%(5200원) 내린 18만7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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