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현지 변호사(법률사무소 장우)
                                    공현지 변호사(법률사무소 장우)

#甲은 乙과 혼인하여 자녀 丙을 낳은 이후 이혼하고, 다시 丁과 결혼하여 자녀 戊를 낳았다. 한편 甲은 한국에서 A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으나, 丁과 결혼하여 B국의 C주로 이민을 가게 되면서 A부동산은 戊에게 증여하였고, 그후 戊와 함께 B국의 국적을 취득하였다.

이후 甲이 아무런 재산을 남기지 않고 사망하자, 丙은 戊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결론을 내리면 甲이 사망 당시 B국 국적자로서 C주에 주소를 두고 있었으므로, 국제사법 제77조 제1항에 의하여 그 상속에 관한 준거법으로는 망인의 본국법인 B국 법이 적용되어야 하며, B국은 지역에 따라 법을 달리하는 국가이므로 국제사법 제16조 제3항에 의하여 다시 C주의 주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C국의 주법에는 부동산 상속 전반에 관하여 그 부동산 소재지 법률이 적용되는 것으로 하는 규정이 없고, 유류분제도 또한 존재하지 않으므로, 결국 丙의 유류분반환청구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

◆ 외국과 관련된 요소가 있는 상속사건에서 준거법의 확정

국제사법은 외국과 관련된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국제재판관할과 준거법(準據法)을 정하기 위하여 별도로 제정된 법이다. 이중 상속의 준거법에 관하여 규정하는 것은 제77조인데, 상속에 적용될 법률은 원칙적으로 사망 당시 ‘망인’의 본국법이 되고, 상속인들의 국적과는 무관하다. 다만 망인이 유언에 의하여 일상거소지(habitual residence)의 법 또는 부동산의 소재지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한 경우에는 그 지정된 국가의 법률을 적용할 여지가 있다.

한편 국제사법에서 본국법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는 사안에서 당사자가 지역에 따라 법을 달리하는 국가의 국적을 가지는 경우, 국제사법은 원칙적으로 그 국가의 법 선택규정에 따라 지정되는 법에 따르도록 한다. 만약 국제사법에 따라 1차적인 준거법이 외국법으로 지정되었으나, 해당 국가의 국제사법에 따르는 경우 대한민국 법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으로 해석될 때는 다시 대한민국의 법이 적용된다(‘준거법 지정시의 반정’).

이처럼 외국과 관련된 요소가 존재하는 상속사건의 경우, 국제사법을 통한 준거법의 결정이 가장 중요하고도 복잡한 쟁점이 된다. 특히 우리나라와 달리 유류분제도를 두고 있지 않은 국가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유류분이 문제가 되는 사건에서는 준거법의 결정이 더욱 선결적이고도 핵심적인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 법원의 태도

앞서 본 사례에서 법원은 甲이 사망 당시 B국 국적자로서 C주에 주소를 두고 있었으므로 국제사법 제77조 제1항에 의하여 甲의 본국법인 B국법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B국은 주마다 법이 다른 국가이므로 다시 국제사법 제3조 제3항에 의하여 C주의 주법이 적용되어야 함을 명시하였다.

한편 법원은 국제사법 제22조 제1항에 따라 반정이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였는데, C주의 주법에서는 ‘형식적 유효성, 실질적 유효성, 효력, 해석, 부동산에 대한 유언처분의 철회와 변경, 부동산이 유언에 의하여 처분되지 않은 경우의 승계방식은 해당 부동산의 소재지 관할법원의 법률에 따라 판단한다’는 조문 및 ‘유언으로 토지에 관한 이익과 이에 준하는 성질의 것이 이전되는지 여부는 토지의 소재지 법원이 적용하는 법률에 의한다’는 조문만을 두고 있는 바, 위 조문들은 ‘유언’에 의한 부동산의 처분 등과 관련하여 준거법 지정의 반정을 규정한 것으로 볼 여지는 있을지 모르나, 부동산에 관한 ‘상속’ 전반에 관하여 준거법 지정의 반정을 규정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사안에서 문제가 된 A부동산은 ‘유언’에 의하여 처분된 것이 아니라 甲의 생전에 이미 증여가 완료된 것이므로, 결국 C주의 위와 같은 주법 규정에 의하더라도 준거법 지정의 반정을 통해 부동산의 소재지 법인 대한민국의 민법이 적용될 여지는 없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따라서 甲의 사망으로 인한 ‘상속’에 관한 준거법으로는 B국 C주의 주법이 적용될 수밖에 없고, C주 주법에는 유류분제도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戊에 의하여 유류분이 침해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丙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도 없이 이유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처럼 망인의 본국법이 부동산의 ‘상속’ 전반에 관하여 그 부동산 소재지 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지, 유류분제도를 두고 있는지 등에 따라 유류분반환청구가 원천적으로 봉쇄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 검토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른 가업상속 공제는 망인의 ‘국적’이 아니라 ‘거주자’인지 여부에 따라 적용되므로, 망인이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에도 대한민국 내의 재산은 가업상속 공제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 경우 상속세에 관하여는 대한민국의 세법이 적용되더라도, 유류분 등과 관련해서는 망인의 본국법이 적용될지 또는 반정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민법이 적용될지 여부가 사안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외국 국적의 취득을 고민하고 있다면, 가업의 안정적인 승계를 위하여 국적 취득 전에 더욱 종합적이고 세밀한 법률 자문을 받을 필요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한편 외국 국적을 취득한 망인의 상속에 관하여 유류분반환청구를 준비하고 있는 경우, 자칫하면 법원에서 제대로 된 판단을 받아보기도 전에 청구가 원천적으로 봉쇄당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준거법의 쟁점까지 포함하여 철저한 자문을 받은 이후 소 제기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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