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인 임종건

[중소기업신문] 북한의 로켓발사 사실을 보도한 13일자 언론들의 제목은 대략 ‘북 로켓발사 성공, ICBM 위협 현실화’였습니다. 바로 전날인 12일자에서 언론들은 ‘북 로켓, 발사대에서 내려 수리 중’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12일자 보도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려졌다’라고 표현됐지만 발사대에서 내려 수리 중인 로켓을 밤새 고쳐서 쏘아 올릴 수는 없다는 점에서 오보인 것은 명백합니다.

이 오보의 빌미는 북측에 의해 다소간 제공된 측면이 있습니다. 지난 10일 북한은 '운반 로켓의 1단계 조종발동기 계통에 기술적 결함이 발생해 22일로 예고한 발사 시한을 29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정부 당국은 북한이 말한 기술적 결함을 안이하게 판단해 군사대비태세를 하향조정하기까지 했습니다.

북한의 군사·외교 전략의 기본은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처럼 교란과 기습입니다. 기습은 당하는 쪽이 불리하기 마련이지만, 그래서 늘 당해 온 게 남한이지만, 위성에서 내려다 보이는 발사대에 걸어 놓은 로켓 발사까지 기습으로 당한 것은 이해가 안 됩니다. 대북 군사정보력의 허점과 안이한 대응태세를 탓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제재와 함께 자국의 군비증강의 명분으로 삼을 태세입니다. 특히 일본의 신문들은 일본을 겨냥해 미사일을 쏘기라도 한 것처럼 호외를 발행하면서까지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16일의 일본 총선에서 가뜩이나 우경화하고 있는 여론에 화력 좋은 불쏘시개가 될 것 같습니다.

적대국이 가공할 무기를 보유한다면 그것은 분명 위협입니다. 그 위협을 제거하는 가장 안전한 길은 우호국이 되는 것이고, 다음으론 선제공격을 하든지 사후 보복을 하는 것입니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과 우호국이 될 준비도 돼 있지만 막강한 선제 공격력과 사후 보복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려면 지상이건 지하이건 발사대를 지어야 합니다. 그런 발사대는 지금 같은 위성감시의 시대에 찾기 쉬운 공격목표가 됩니다. 로켓발사대가 평화목적이 아니라 공격목적으로 사용될 징후만 보인다면 미국과 일본은 그것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두 나라는 미사일이 날아오더라도 중도에서 파괴하는 요격능력을 갖추고 있기도 합니다.

그 점에서 미국과 일본의 북한 위협론은 과장된 것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무력의 규모나 성능에서 북한보다 중국의 위협이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북한이 보유한 재래식 무기들의 사정권 안에서 ‘공포의 균형’으로 대치하고 있는 남한의 위험과는 비교가 안 됩니다.

북한을 제지할 힘은 중국에 더 있지만 중국은 이번에도 유엔 안보리 제재에 반대할 조짐입니다. 중국 정부 대변인은 “안보리의 대응은 신중하고 적절해야 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고, 정세를 더 격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짐짓 점잖을 뺐습니다.

중국은 지난 4월 북한의 로켓이 동창리 발사대에서 동중국해 쪽을 향해 발사되자 예민한 반응을 보였는데, 북한의 로켓이 오작동으로라도 중국 땅에 떨어지지 않는 한 위협을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의 로켓이 중국이 아닌 남한이나 일본, 미국에 떨어지면 그것은 전쟁이기 때문에 오작동에 의한 것일지라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실효도 없이 북한의 주민들의 삶을 질곡 속으로 빠뜨리는 제재보단 ‘쏠 테면 쏴봐라’라는 무시 작전이 더 나은 대응일지도 모릅니다. 북한의 권력자들은 그들이 도발할 적마다 비등하는 국제여론을 즐기고 있는 측면도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제재의 방법도 로켓발사의 국제절차를 준수케 하는 방향으로 돌릴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북한의 로켓발사가 우리의 나로호 발사 수준의 기술적 절차적 투명성을 보인다면 우주의 평화적 이용에 동참하는 것으로 막을 이유도 없습니다.

북한은 지난 4월 실패한 은하3호 발사 때는 외신기자들을 초청해 발사 장면을 참관케 하는 등 수선을 피웠습니다. 이례적으로 실패한 사실을 신속하게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깜짝쇼 하듯 발사했지만 발사에 관한 국제절차는 어느 정도 밟았다고 합니다. 그 수준을 점차 높여가야 합니다.

북한의 로켓 발사 성공으로 안보의 위협도 걱정이지만, 당장의 걱정은 연기된 나로호의 발사성공 문제입니다. 북한이 로켓 발사에 수십조원을 쓰고 있다는 분석도 비싼 외국의 기술을 사다가 개발하는 우리 기준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비용개념이 다른 그들과는 막바로 비교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런 것에 신경 쓸 시간이면 나로호의 완벽한 발사에 만전을 기해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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