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각수 외교통상부 제2차관
[글 신각수 외교통상부 제2차관]

우리나라 외교의 기축을 이루어 온 한·미 동맹은 21세기를 맞아 보다 포괄적인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양국 국민 간의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를 높이고 동맹 강화에 관한 폭넓은 지지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지난달부터 시행되고 있는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VWP)과 내년에 시행될 한·미 대학생 연수취업(WEST) 프로그램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은 관광 또는 상용 목적으로 90일 간 미국에 가려는 여행자들에게 적용된다. 그동안 우리국민들이 미국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각종 서류 준비, 인터뷰, 택배 서비스 신청 등 복잡하고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비자 발급 절차를 거쳐야 했으나, 이제는 웹사이트를 통해 간단한 절차만 밟으면 미국 입국 승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훨씬 편리해졌으며, 경제적으로도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경비가 절약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가시적인 이익 외에도 비자 면제를 통해 양국 간 인적·물적 교류가 늘어남에 따라 관광 산업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34개국에 달하는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 가입국가들 대부분이 선진국으로 국제적 위상이 높기 때문에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과 더불어 한·미 동맹 관계의 실질적 변화를 피부로 느끼게 할 또 하나의 사업은 한·미 대학생 연수취업(WEST) 프로그램이다.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이 프로그램은 연간 최대 5,000명 규모로 우리 대학생들이 미국에서 5개월 연수, 12개월 인턴, 1개월 여행의 복합 프로그램을 통해 영어를 공부하는 동시에 미국의 기업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는 격언이 있다. 여행은 인간을 살찌우고 여행 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첩경이다. 우리 젊은이들은 WEST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에서 영어를 배우고 인턴으로 사회경험과 취업경쟁력을 쌓으며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을 직접 체험하는 일거삼득의 혜택을 얻을 수 있다. 그동안 많은 학부모들을 힘들게 했던 연수 비용 부담을 경감시키는 효과도 기대된다. 프로그램 초기 5개월 영어 연수비용은 아르바이트를 통해 보충할 수 있으며, 연수 후에는 유급 인턴 일을 함으로써 체재비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WEST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데 있어서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어학연수를 가기가 어려웠던 대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을 정책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저소득층 가정 참가자들에 대해서는 기본 경비의 상당 부분을 정부에서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국제 경쟁력 향상을 통해 청년 실업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졸업생과 지방 대학생들이 많이 참가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비자면제 프로그램과 대학생 연수취업 프로그램은 한·미 동맹 관계의 강화가 우리 국민의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들이 성과를 거두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제도를 올바로 활용하는 우리 국민들의 지혜가 필요하다.

미국은 비자면제 프로그램 가입국에 대해 2년마다 운영 실적을 평가하는데, 비자 면제 후 우리 국민의 불법체류가 급격히 증가한다면 비자면제프로그램을 정지시킬 수도 있다. 또한 대학생 연수 취업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대학생들이 불성실하게 인턴을 하면 그 인턴을 고용했던 기업이 더 이상 한국 학생을 고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대다수의 선량한 이용자들이 더 이상 지금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의 우리나라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범세계적 안목을 가지고 세계를 무대로 활동 영역을 넓혀야 한다. 이번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과 한·미 대학생 연수취업 프로그램이 우리 국민의 활동 영역을 넓이는 소중한 수단과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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