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직원불법사찰 ‧국회 청문회 불출석 등이 초래한 '응보'
신세계케이스는 재벌불법행위에 대한 새 정부의 '엄정한 잣대' 첫 시험대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좌)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우)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신세계그룹 오너 남매의 '수난'이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불법직원사찰 등 의혹이 제기되며 사면초가에 몰린 정 부회장과 그의 동생이 나란히 엄정한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두고 그동안 신세계그룹의 '변칙경영'에 비추어 당연한 결과라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 26일과 27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각각 정당한 사유 없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혐의로 법정에 섰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는 골목상권 침해와 관련해 국감 및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이들을 포함한 유통대기업들에게 요구했지만 나오지 않자 검찰에 고발했다.

법정에 출석한 이들은 뒤늦은 반성으로 선처를 호소했다. 정 부회장측은 "피고인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면서 "다른 유사 사건과의 균형 등을 고려해 낮은 형을 선고해 달라"고 말했다.

당초 '솜방망이 처벌' 논란에도 벌금형 약식기소로 끝날 것 같았던 이번 사건은 법원이 공소장과 증거서류 등을 검토한 결과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국정감사를 무시한 유통재벌들에게 재판장 갈 일 없이 벌금형만 내려진다면 앞으로 어떤 기업이 국정감사에 나오겠냐는 비난여론이 들끓은 바 있다.

검찰의 약식기소를 뒤집고 정식재판에 회부한 법원의 결정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번 재판결과가 골목상권 보호 등 '경제민주화'를 천명하고 있는 새정부의 실천의지 강도를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재벌그룹의 잘못에 대해 엄정한 심판을 내리며 '더이상 관용은 없다'는 재판부의 기류변화에 정 부회장을 둘러싸고 청문회 불출석 뿐만 아니라, 일감몰아주기, 직원불법사찰 등 부도덕한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선처를 호소하는 정 부회장의 바램이 생각대로 될 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검찰은 '빵집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로, 최근 정 부회장과 정 부사장을 상대로 신세계SVN을 부당하게 지원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는지 등에 대해 조사했으며, 조만간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공정위는 신세계그룹 소속 신세계, 이마트 및 에브리데이리테일 등이 계열사인 신세계SVN 및 조선호텔에 판매수수료를 과소 책정하는 방식으로 총 62억원을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40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11월 정용진 부회장 등 신세계 및 이마트 임원 3명을 신세계SVN 부당지원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으며, 검찰은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등을 압수수색해 내부 회계자료와 계열사 경영지원과 관련된 문건 등을 확보했다.

정 부회장과 신세계그룹은 '무노조경영'을 위해 직원을 불법사찰했다는 혐의로 노동청의 압수수색도 받았다. '이마트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신세계 이마트는 협력사 창고를 뒤져 나온 ‘전태일 평전’을 불온도서로 규정하고 책주인을 찾거나, 근로기준법 등의 기본적인 노동법률 상식이 담긴 책자를 ‘불법 유인물’로 규정하기도 했다. 노조가 없는 것을 이용 사실상 직원들을 교묘하게 ‘부당해고’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인력퇴출 프로그램을 운용해온 정황도 드러났다. 공대위는 신세계 그룹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허인철 이마트 대표이사 등 신세계·이마트 임직원 19명을 검찰과 서울지방노동청에 고소·고발했다.

신세계 이마트가 한해 이익의 절반이상을 납품업체 판매장려금으로 채워왔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마트가 지난 2009년 납품업체서 받은 판매장려금은 3688억원으로, 당시 당기순익(5680억원)의 65%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한해 장사의 절반 이상을 납품업체에서 뽑아낸 셈이다. 판매장려금은 대형 유통업체가 납품업체로부터 사들이는 상품매입액 중에서 사전합의된 규약에 따라 일정률을 차감해주는 것으로, 대형 유통업체가 가져가는 판매장려금이 높아지면 질 수록 그만큼 납품업체들의 수익은 줄어들게 된다. 때문에 판매장려금이 지나칠 경우 사실상 '납품가 후려치기'와 같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여당 출신이나 권력기관의 기관장 등 고위층의 자녀들을 ‘낙하산 채용’한 정황이 담긴 이마트 입사자 명단 문건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 꼼수를 동원해 골목상권을 위협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달 10일 광주광역시에 이마트에브리데이 상품공급점을 오픈했다. 이마트는 광주시 남구 진월동 옛 해태마트 터에 문을 연 신진마트와 상품공급점계약을 맺고 에브리데이로 간판을 바꿔 문을 열었다.

이를 두고 이마트가 우회적으로 골목상권에 진출했다는 비난이 빗발쳤으며, 박근혜 정부의 골목상권보호정책과 엇박자를 내는 행위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측은 “대형 유통업체가 유통산업발전법의 거리제한 규정 등을 피하기 위해 편법을 개발한 것 같다. 말로는 물건만 공급한다고 하는데, 사실상 가맹점 형태다. 개인 상점처럼 보이기 때문에 누가 시비를 걸 수도 없다. 법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없도록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끝없는 악재가 이어지면서 국내 1등 유통기업 신세계그룹이 비리백화점이라는 됐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으며, 정 부회장의 '변칙경영'이 위험수위에 달한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이번 신세계 오너 남매의 재판은 새정부가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재벌비리나 중소기업및 골목상권횡포에 대해 엄정한 잣대를 적용한다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동반성장이 미덕이 된 사회속에서 경제민주화는 시대적 과제"라며, "이번 정씨 일가에 대한 재판은 그 실천에 대한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정부가 골목상권 보호와 중소기업들 육성에 팔을 걷고 있는 만큼, 이번 재판은 골목상권보호정책과 관련 유통재벌들의 골목상권과 중소기업죽이기는 더 이상 안된다는 경고의 뜻으로도 해석할 있다"며, "이를 통해 현재 퇴색된 신세계그룹의 정도경영을 바로 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최근 정 부회장의 등기이사 사퇴를 두고 책임경영회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끝없는 의혹들이 불거지고 이에대한 사정당국의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혹시 곤욕을 치를지 모르는 정 부회장을 법적으로 보호키 위해 취해진 조치가 아니냐는 것.

정 부회장과 정 부사장의 선고기일이 각각 내달 18일과 24일 예정된 가운데, 국민의 알권리을 위한 청문회를 보란듯히 회피한 이들에게 검찰의 구형대로 수백만원의 벌금형으로 끝날지 아니면 또다른 재판부의 판단이 내려질 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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