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경기불황속 성장을 통해 파이를 먼저 키워야한다는 논리를 앞세운 재계의 주장에 한동안 주춤하던 경제민주화 바람이 다시 특권의식에서 비롯된 사건들이 잇따르면서 ‘A’급 태풍으로 격상될 기세다.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후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경제정책의 양축으로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국회도 동반성장과 중소기업, 골목상권 보호를 핵심골자로 한 경제민주화법안 개정에 속속 착수했다.

재계도 새정부의 기조에 맞춰 동반성장과 일자리창출 정책을 앞다퉈 내놨다. 대규모 정규직 전환에 수조원대에 달하는 투자계획을 내놓고, 창조경제 달성에도 적극보조를 맞췄다.

다른 한편으론 자신들의 목소리도 높였다. 정부초기 몸을 사리던 재계는 국회에서 경제민주화법 논의가 본격화되자 경제논리를 내세우며 반발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이러다 쫄딱 망하겠다"는 재계의 읍소에 국회에서 급물살을 타던 신규순환출자 금지, 일감몰아주기 규제, 집단소송제, 대체휴일제 등 핵폭탄급 경제민주화법안 추진속도가 더뎌지며 한발 물러나는 모습이 연출됐다.

박 대통령도 여당의원들과의 오찬에서 “경제민주화란 기업의 투자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이란 이유로 벌주는 식의 때리기로 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속도조절론이 부상하고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초 경제민주화법 개정에 힘이 실렸던 여론도 찬반으로 갈리며 추진동력이 떨어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재계의 '읍소'가 효과를 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엉뚱한 곳에서 시대의 화두인 경제민주화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명제임을 일깨우는 사건이 발생했다. ‘라면상무’와 호텔 지배인을 지갑으로 폭행한 ‘빵 회장’ 사건에 남양유업의 '욕설파문'이 민심을 강타했다. 특히, 회사의 한가족으로 일컬을 수 있는 대리점주에게 입에 담지못한 폭언을 한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음성통화 녹취록은 성난민심에 불을 붙이며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초 사회 지도층에 대한 불신으로 그칠 수 있었던 '찻잔속 태풍'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기저에는 '갑'의 특권의식이 자리잡아 우리 사회 중심부를 뒤흔드는 'A'급 태풍으로 돌변했다.

이처럼 여론이 심상치않게 돌아가자 야당을 중심으로한 정치권에서도 다시 경제민주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7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오후 국회에서 열린 '재벌·대기업 불공정·횡포 피해사례 발표회'에 참석해 "순환출자금지, 금산법, 일감몰아주기 금지 관련법 등 경제민주화에 아주 중요한 각론에 해당하는 관련 법안들이 아직도 국회에서 발목 잡히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비대위원장 시절부터 약속한 경제민주화는 '경제가 어려우니까 기업의 발목을 잡지 말라'는 논리에 밀리고 있는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한다. 재계내부에서 스스로 발목을 잡은 듯한 사건이 빌미가 되며 민심이 다시 공정경쟁, 동반성장, 균등기회 등 경제민주화 실현에 눈을 돌리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재계에 약이됐으면 됐지,결코 독이 안된다는 사실을 되새겨야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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