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은 성장을 해치지 않으면서 분배 공정하게 하는 것"
자비 들여 동반성장연구소 설립운영 '동반성장 문화확산' 구슬땀

▲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동반성장은 더불어 잘 살자는 것이지 가진 것을 빼앗자는 것이 아니다. 초과이익공유제도 시혜적 차원이 아닌 목표를 믿고 함께 달려온 협력사들에 대한 보상차원의 문제로 성과급 제도와 같다고 볼 수 있다"

공직을 떠나 야인으로 돌아온 뒤에도 ‘동반성장’ 설파에 쉴 틈이 없는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의 말이다. 정 이사장은 총리시절부터 줄곧 ‘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하면서 우리사회에 '동반성장'이라는 희망의 씨앗을 뿌려왔다. 그는 실천방안으로 초과이익공유제를 제시하면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설전을 벌이는 등 재계와 마찰을 마다하지 않는 곧은행보로 성장에 치우친 우리사회에 묵직한 돌직구를 던졌다. 정 이사장이 초대 수장을 지냈던 동방성장위원회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흐름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생구조로 바꾸는데 일조하고 있다. 

현재 정 이사장은 자비를 들여 동반성장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동반성장문화확산에 대한 해법 마련에 골두하고 있으며, 특강을 통해 학생들에게도 동반성장의 진정한 의미를 알리는데 노력하고 있다. '동반성장 전도사' 정 이사장을 만나 최근 남양유업 사태로 촉발된 ‘갑을'문제와 '동반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특유의 온화한 미소로 취재진을 맞은 정 이사장은 '갑을문제'를 꺼내들자 표정이 바뀌며 거침없이 '관계의 재설정'이라는 해답을 내놨다. 정 이사장은 “남양유업 사태로 불거진 갑을문제는 불공정한 관계에서 비롯된 양극화 문제가 핵심”이라며, “힘있는 갑이 을한테 강제하면, 을은 거부할 수가 없게된다. 이를 풀기위해서는 불공정한 관계의 청산과 재설정이 바탕이 돼야하고, 이는 결국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예로, 국내기업과 거래하는 외국기업의 경우, 원자재가격이 오르면 납품가격에 인상분이 적용돼 납품사들의 부담이 줄게되지만, 국내에서는 이같은 문제가 자연스럽게 풀리지 않으면서 '납품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문제가 대두돼왔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경기가 저성장, 침체기로에 들어서면서 원가절감에 나선 대기업들이 납품가관리를 시작했고, 그 결과 힘없는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것. 이처럼 불공정한 관계에서는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으며, 결국 이를 바로 잡아 '갑을'간 관계를 재설정하는 것이 해결고리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 이사장은 '을'로 통하는 중소기업 지원에 대해서도 자금과 판로지원을 통한 자생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정 이사장은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자금지원이 가장중요한데, 그렇다고 무턱대고 자금을 투입하면 인플레가 유발되고, 재원마련을 위해 세금을 거두게 되면 조세저항이 발생하게 된다”며 “동반성장 3방안의 지속화는 중소기업에 자본축적 기회를 부여하여 투자를 활성화함으로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궁극적으로 서민가계 소득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이 제안한 세가지 동반성장 실천방안은 ▲초과이익공유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정부발주 사업의 80%이상 중소기업에 직접 발주 등이다. 이를 통해 대기업의 성장동력을 훼손하지 않고, 중소기업에게 자금이 흘러들어가 종국에는 서민가계에 상행의 온기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재계와 마찰로 주목받았던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서 정 이사장은 "이익을 빼앗아 나누자는게 아니다. 협력사들의 이해를 통해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도달했을 경우 이익중 일부를 공평하게 나누자는 것"이라며, "이는 성과급과 같은 제도로, 성과급의 경우 국내에서 삼성그룹이 가장 먼저 적용한 바 있다. 다만 회사 내 성과급 제도를 협력회사 간 성과급 제도로 확장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동반성장사회가 구축되기 위해서는 재벌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는 재벌 대기업과 기득권층이 감내할 수 있는 장기적인 개혁정책 플랜에서 제시되고, 재벌 대기업이 동참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며,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재벌과 대기업도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에 대한 시각을 달리해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빌게이츠나 웨렌버핏 등 외국의 기부나 사회 환원 사례처럼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결국 더불어 살아야 부자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진정한 동반성장사회구축을 위해서는 최고지도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정 이사장은 “동반성장을 이룩하는데 최고지도자의 역할은 핵심요인”이라며, “최고지도자의 철학과 현실인식, 그리고 강력한 의지가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정 이사장은 “동반성장은 성장을 해치지 않으면서 분배는 공정하게 하는 것이고, 경제민주화는 동반성장의 중요한 수단”이라며, “동반성장 실현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남녀‧지역‧남북간의 양극화와 차별을 없앨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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