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재벌은 삼성…재계 돈 쌓아놓고 정부의 투자요청엔 경제민주화입법 자제 선행조건 달아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일자리 창출과 경기회복을 위한 정부의 투자독려에도 국내 500대 기업들이 곳간에 현금을 쌓아두고 투자는 줄였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중공업 등 수출 주력업종을 포함한 12개 주요 업종 투자가 줄줄이 뒷걸음질쳤다.

26일 기업경영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1분기 실적을 보고한 302개 사의 현금성 자산과 투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은 총 196조 원으로 작년 말 대비 10.8% 늘어난 반면, 투자는 31조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3% 줄어들었다.

10대 그룹 계열 99개 회사의 1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147조 원으로 작년 말 대비 10.9% 늘었으나, 투자는 18조4천억 원으로 10.7% 줄었다. 500대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전체 현금에서 10대 그룹 계열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75%인 반면, 투자비중은 60%에 그쳤다. 5대 그룹 소속 계열사로 좁힐 경우 투자 감소폭은 16.5%로, 규모가 큰 대기업일수록 허리띠를 더 졸라맨 것으로 해석된다.

그룹별로는 1위인 삼성그룹의 투자 감속폭이 가장 컸다. 삼성그룹 15개 계열사의 1분기 투자액은 총 6조1천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1% 감소, 반면 현금성 자산은 총 55조8천억 원으로 11.2% 증가했다. 삼성그룹 전체 현금성 자산의 76%인 42조원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1분기 투자규모가 3조6천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무려 53%나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현금성 자산은 17%나 늘었다. 삼성전자와 함께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들도 모두 투자를 축소했다.

LG(3조1천억원, -2.0%), SK(2조4천억원, -22.1%), 한화(3800억원, -20.8%), 한진(2700억원, -37.3%) 등도 투자를 줄였다.

반면 포스코는 투자를 가장 많이 늘렸다. 포스코는 해 1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59% 늘어난 2조5천억 원을 집행했다. 절대 금액에서도 삼성그룹, LG그룹 다음으로 3번째다. 투자가 크게 늘어난 만큼 현금성 자산은 7조8천억 원으로 2.7% 줄었다. 

현대자동차(2조4800억 원, 23.3%) 롯데(7700억 원, 9.8%), GS(4700억 원, 20.2%), 현대중공업(4천억 원, 26.4%) 등 5곳도 투자를 늘렸다.

현금성 자산은 포스코와 한진(-10%)을 제외하고 8개 그룹이 곳간을 늘렸다. 그중 현대중공업은 현금성 자산이 10조9천억원으로 작년말 대비 65.3%가 늘었다. 현금자산 보유순위는 삼성(55조8천억원), 현대차(37조3천억원), SK(14조3천억 원), 현대중공업(10조9천억원), LG(8조7천억원), 포스코(7조8천억원), 롯데(4조5천억원), GS(4조4천억원), 한진(2조1천억 원), 한화(1조1천억원) 순이었다.

업종별로는 공기업, 생활용품, 에너지, 제약, 철강 등 5개 업종의 투자가 늘어난 반면, 전기전자, 자동차, 건설, 석유화학, 조선중공업 등 수출주력업종을 포함한 12개 업종의 투자는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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