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용인에서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운행 중인 경전철을 보았습니다. 2010년 완공하고서도 운영비 보장을 둘러싼 시와 운영사와의 소송으로 차고에서 3년 이상 잠을 자다가 지난 4월에야 운행을 개시했습니다. 이름도 ‘에버라인’이라고 재벌 냄새가 물씬 나는데 '전대 에버랜드'가 종점입니다. 협약에 따라 용인시는 운영사에게 매년 295억 원을 줘야 하는데 당초 16만 명으로 예측했던 하루 이용자는 3만 명 선이라서 부족한 200억 원가량은 세금을 써야 한답니다. 용인시는 승객을 늘려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환승 할인도 적용하지 않는 데다 환승 통로도 없고, 서울에서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용인행 버스보다 시간도 더 걸리니  경전철을 굳이 탈 이유가 없는 것이죠.
 
1조 원 이상이 들어간 이 장난감 같은 무인운전 경전철은 좌석이 41개에 최대 탑승인원이 226명이라고 합니다. 만들기만 하면 탈줄 알았던 발상은, 뭐든 만들기만 하면 잘 팔렸던 까마득한 옛날 초과수요 시절의 착각으로 보입니다. 경전철이 장밋빛이 아니라는 것은 실제 수요가 예측수요의 10퍼센트대에 있는 의정부와 김해 경전철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용인시 만이 아니라 전철을 만들려는 김포 등의 지자체들이 알아야 할 게 있습니다.  지역 단위의 전철을 만들 게 아니라 한국철도공사 등의 광역노선에 통합하여 분당선이 수원으로 연장되는 것처럼 용인으로 연장되도록 했어야 주민들의 편리한 일상생활과 운임 수입 증가에도 기여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지역 전철이 독자적인 수입을 올리기는 어렵죠. 수도권 대중교통 환승제로 통합되어야 승객이 느는데 환승제로는 수입이 기대만큼 안 오르죠. 더구나 아무리 거미줄처럼 지하철망이 깔려도 짐이 많거나 급한 사람들은 자가용이나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죠. 서울지하철 9호선만 봐도 짐을 올릴 선반이 부족해 무거운 가방이나 배낭을 들고 서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여간 큰 고통이 아닙니다.
 
경전철의 실정이 이러한데 내년 임기가 끝나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서울에 8조 원을 들여 2025년까지 경전철 노선 8개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2008년 오세훈 전임 시장이 내건 경전철 사업을 전면 보류했다가 다시 꺼내 든 것을 보면 다급했나 봅니다. 이명박 정부의 대중교통 선진화에 따른 효과를 벤치마킹했거나 말았거나 지하철 보급률을 높이겠다는 데는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27조 원의 빚더미에 앉은 서울시가 무슨 여력이 있어 지을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곳곳엔 ‘경축 XX경전철 건설 확정’이라는 정체불명의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진짜 경축은 건설비를 마련해놓고 할 일입니다.
 
가장 절실한 달동네에 경전철은 못 다닙니다. 서민들은 늘 마을버스에 의존할 것입니다. 세금으로 적자를 보전하다보면 100퍼센트 버스요금을 지불하는 시골 노인들과 서울시의 경로 무임 무차별 복지와의 형평성 문제도 확대됩니다. 같은 국민인데 누군 공짜로, 누군 돈 내고 타야 합니까?

건설비의 절반은 민간자본에 의존하려고 하지만 지금 같은 불황에서 누가 목돈을 들여 푼돈을 받을지 의문입니다. 과거 확정된 노선도 재원조달에 실패해 좌초했습니다. 시행사가 차지할 지하상가 개발 분양권은 주변 영세 상가를 더 죽일 것입니다. 최소수입보장을 놓고 운영사와 싸움이 벌어지고 결국은 시가 지분을 인수하는 사태도 벌어질지 모르죠. 지금도 용인경전철과 의정부 경전철을 ’'세금 먹는 하마‘라고 비난합니다. 서울시의 사사건건 브레이크에 호주의 맥쿼리가 서울지하철 9호선에서 철수하려는 것도 민간사업자들의 참여의욕을 꺾을 것입니다.
 
무모한 투자는 후손을 빚더미에 앉히는 것입니다. 올해 국가 재정 적자는 20조 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무차별한 무상급식을 역사의 심판에 맡기겠다면서 찬반 주민투표에 걸었던 오세훈 전임 서울시장의 진정성이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무상급식은 도 예산이 없어 지원 못 한다고 손을 들었습니다. 학교 화장실 문짝도 못 고치는데 무슨 무상급식인가요?

용인시는 6,300억 원의 경전철 빚을 갚기 위해 5,10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하는 조건으로 3년간 교육예산에서 266억 원을 삭감하는 데 동의했습니다. 때문에 교육환경개선, 원어민 교사 비용도 3분의 1로 줄었습니다. 정치인들의 과욕이 후손에게 부담을 주는 거지요. 경전철이나 행정도시나 후손들에게 빚을 안기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행정도시가 여의치 않자 국무총리가 나서서 첨단산업을 유치한다고 합니다. 좋은 건 다 가져가겠다는 무모함이죠. 다른 도시는 어짜라고요. 개인이나 국가나 능력에 부치는 지출은 빚더미에 앉는 지름길입니다. 그리스의 파산이 '착한 적자'인가요? 아무리 착한 적자도 뭉치면 사악한 적자가 됩니다. 경제논리가 중요하지 않다면 선거논리입니까? 서울신문은 지난 5월 이런 사설을 썼습니다. “역설적으로, 용인경전철의 쓰임새가 아주 없지는 않다고 본다. 지방자치단체를 어떻게 운영하면 살림살이를 거덜내고, 주민을 빚더미에 앉게 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두 사람의 자리 보전을 위해 지역사회가 감당해야 하는 피해는 너무 크다.”

서울시가 대중교통에서 경전철보다 더 급히 할 일이 있습니다. 시민의 발인 모든 버스정류장에 버스도착 정보시스템을 설치하는 겁니다. 조그만 LED단말기가 요즘 20만 원도 안 합니다. 와이파이나 랜을 연결하여 버스도착정보를 표출하는 것이 왜 그렇게 진전이 없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협찬을 받아도 될 것입니다. 신논현역처럼 수십 개의 광역버스 버스노선이 운집한 곳에서도 왜 버스도착 정보판을 설치하지 않는지 모를 일입니다. 얕은 정치인은 선거를 생각하고 속 깊은 정치인은 국민을 생각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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