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갑의 횡포'로 국민적 우려와 지탄을 받았던 남양유업이 머리숙여 사죄한지 채 반년도 안돼 이번에는 노골적인 '갑질'을 일삼은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구속됐다.

"아들이 수능시험을 치는데 순금 행운의 열쇠를 사달라", "아내가 TV를 보고 김연아 목걸이를 갖고 싶어한다". 최근 들어난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의 납품업체를 마치 하인 부리듯 제멋대로 부려먹는 행태들은 국민들의 눈쌀을 찌뿌리게 했다.

대우조선해양에 쏟아진 비난의 화살은 자연스레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에게로 옮아가고 있다. 관리감독 체계에 대한 물음표인 것.

국내 조선업을 대표하는 대우조선해양은 국민의 혈세로 되살아난 회사다. 과거 대우그룹이 공중분해되면서 대우중공업 조선부문이 분리돼 설립된 대우조선해양은 3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 지원을 받아 기사회생했다.  

현재 국가기관이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사실상 공기업에 가깝다. 진짜 주인이 없다 보니 내부통제 시스템에 구멍이 나고, 비리가 만연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됐던 셈이다.

국민의 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을 관리하고 감시해야 할 1차적인 책임은 산업은행에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비리가 곪아 터질 때까지 국민혈세를 투입해 준 산업은행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방만경영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으며 곤혹을 치른 바 있다.

당시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국감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7년간 계열사가 8배 늘고, 종속기업의 절반 이상이 적자를 내는 동안 산업은행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임직원의 재취업에만 몰두했다"며 산업은행에 대해 부실관리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대우그룹이 공중분해된 이후 대우조선해양이 10여년간 산업은행의 그늘 아래에 있으면서 "속은 곪아가고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산업은행의 관리감독에 헛점이 드러난 상황에서 별다른 책임 추궁없이 유야무야 넘어갈 경우 '제2, 제3의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사례에서 보듯 최근 산업은행의 주도아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STX그룹 등 부실기업에 대한 관리감독 또한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우려스러울 따름이다.

현재 산업은행을 이끌고 있는 홍기택 행장 역시 대우조선해양의 썩은 부위를 도려내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질 시비에다 낙하산 논란에 휩싸이며 취임 초기부터 순탄치 않았던 홍기택 행장의 경영능력에 여전히 물음표가 떠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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