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기사 연봉은 본사직원의 3.5분의1…“너무 어려웠다”는 최 씨 비극도 ‘저임금’ 탓
삼성은 자살사태와 단체교섭요구에 ‘무대응’으로 일관…간접고용으로 버는 돈이 얼만데...

【중소기업신문=박홍준 기자】삼성전자서비스가 위장도급논란 속에 노조탄압을 하는 주된 이유는 간접고용을 통해 많은 이득을 낼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업체 수리기사들의 연봉은 본사직원들의 3.5분의 1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협력업체직원들의 인건비절약 등 간접고용을 통해 연간 1조 원 가량의 이득을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삼성전자서비스의 한 직원이 자살한 것도 낮은 임금수준 등 협력업체 기사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노동계는 천안센터 수리기사 최종범 씨의 자살이 노조탄압과 비인격적인 대우 등에 의한 ‘타살’로 규정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으나 삼성전자서비스는 사죄를 하지 않고 있을 뿐더러 노조의 근본대책마련과 단체교섭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4일 노동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직원들의 연봉은 협력업체들의 3.5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노동운동연구소 한지원 연구실장의 분석결과 삼성전자는 삼성전자서비스에 AS업무를 도급을 주고 삼성전자서비스는 다시 협력센터에 도급을 주는 두 차례에 걸친 ‘위장도급’을 통해 협력업체들의 인건비를 크게 절약하는 바람에 이 같은 큰 임금격차가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해 약 1조원을 벌었는데 이중 4천억 원은 소비자로부터, 나머지 6천 억원은 품질보증기간 발생한 AS 비용을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것으로 추산됐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이중 3천300억원을 도급업체들에게 서비스 대행료로 지불한 것으로 감사보고서에 나타났다.

도급업체들이 떼어 가는 수수료와 도급업체 노동자들이 1만여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의 인건비로 1인당 평균 연 3천만 원이 안 되는 돈이 지불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들의 연봉은 3천만 원에 미달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에서 간접고용된 서비스기사들이 수리 중에 추가로 발생한 각종 비용을 자비로 부담한 것까지 감안하면 실제 수리기사들의 임금은 연 2천500만원(월 200만원 내외) 미만일 것으로 추산되면 이는 최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밝힌 임금실태와도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한 실장은 밝혔다.

삼성전자서비스 직원들의 임금수준은 협력업체수리기사들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여 대조적이다. 1천417명에 이르는 삼성전자서비스 임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작년 말 현재 연봉 8천700만원으로 실제 수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들보다 3.5배나 많은 액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다시 말해 다수의 협력업체직원들이 삼성전자서비스직원들과 같은 수준의 대우를 받지 못함으로써,즉 삼성전자가 간접고용으로 얻는 이익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한 실장은 추산했다.

한 실장은 삼성전자서비스가 형식적으론 삼성전자에서 떨어져 나온 독립법인이지만 이중도급을 통해 A/S 비용을 최소화해 인건비를 줄였다고 주장했다. 한 실장은 삼성전자서비스가 독립법인이라고는 하지만 지분의 99%를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데다 매출의 60%가 삼성전자에서 나오고 보유한 토지와 건물은 하나도 없이 삼성전자와 29건의 부동산임차계약만 맺고 있는 것을 볼 때 사실상 삼성전자의 서비스사업부로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 번째 도급은 삼성전자서비스가 다시 한 번 AS업무를 117개 업체에 도급을 줬지만 도급업체 사장이 직접 증언했듯이 이는 뻔 한 위장도급이라고 규정했다. 한 실장은 모든 도급업체 노동자들에 대해 삼성전자서비스가 직접 관리하고 업무를 지시하는 것은 물론 실적보고와 대책까지 직접 받았다.”는 것을 그 증거로 들었다.

불법 파견 논란에 휩싸인 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들의 열악한 처우는 한 수리기사의 자살비극을 불렀다. 삼성전자서비스 하청업체 수리기사 최종범(32)씨는 최근 ‘너무 힘들었다’는 내용의 글을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최씨는 숨지기 전날인 지난달 30일 카톡 대화방에 “그동안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라는 글을 남겼고, 이튿날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 측은 사실과는 다르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 센터는 “고인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월 평균 410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았고, 최근 3개월은 505만원 정도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최근 1,000만원을 가불해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이는 “사실왜곡”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지회가 공개한 최씨의 ‘수수료 지급 명세서’와 급여통장을 보면 최씨는 9월에는 352만원을, 10월에는 310만원을 받았다. 김배성 천안분회 총무는 “성수기인 7~9월에야 이 정도를 받지만 세금 외에도 차량유지비, 통신비, 자재 값 등의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월 50만~100만원을 빼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마나 성수기에는 250만 원 정도인 실수령액이 비수기에는 150만원 안팎으로 줄어든다는 것이 지회 측의 주장이다.

지회 측은 최씨의 자살이 열악한 처우뿐 아니라 지난 6월 하청업체 직원들이 노조를 결성한 후 강화된 삼성 측의 노조탄압 정책에도 원인이 있다며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책임론을 제기했다. 지회에 따르면 천안센터 측은 최씨 등 수리기사 8명에 대해 지난달부터 최근 3년 간의 서비스 내용, 실적에 대해 특별감사를 진행 중이다. 천안센터에는 90여명의 기사가 있는데 감사를 받은 8명 모두 조합원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측의 노조탄압, 비인격적 대우 등 때문에 최씨가 자살했다”며 본사의 사죄와 근본적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이날 상무위 회의에서 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 최종범씨의 자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서른을 갓 넘은 청년이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에 비통함을 금할 길이 없다"며 "삼성전자 서비스 노동자들은 인간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감정노동을 요구받았다"고 말했다.

천 대표는 "최씨 또한 고객 불만을 접수한 협력업체 사장에게 욕설과 폭언을 당했다는 것이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서비스 노동자들에게 '웃는 기계'가 될 것을 강요하는 것은 고객 친절 서비스가 아니라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떤 굴욕도 감수하고 스스로의 인간성도 포기하라는 폭력적인 강제 노동이고 인권 유린"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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