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 SSM '골목상권 침해' 아니라더니..정부회장의 결심으로 '종지부'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제 소관이 아닙니다”,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반성합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허인철 이마트 대표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말이다.

지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는 유통재벌들의 골목상권 침해 문제가 집중거론됐다. 이마트의 경우 계열사인 이마트 에브리데이로부터 상품을 공급받는 슈퍼마켓이 이마트의 로고를 사용하고 유니폼을 착용하면서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질타를 받았다.

지난 1일 증인으로 나섰던 정 부회장은 애초 증인명단에 없었다. 하지만,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허 대표의 답변태도가 문제가 되면서 추가 증인으로 채택돼 국감에 출석했다. 증인으로 나선 정 부회장은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등 고개숙인 답변자세로 앞선 허 대표의 불성실한 태도로 '괘씸죄'로 몰려 곤욕을 치를 수도 있다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정 부회장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반성한다. 앞으로 변종 SSM사업을 일절 진행하지 않고, 기존 점포도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모두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유통산업 발전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긍정의 뜻을 비쳤다.

이 과정에서 정 부회장은 "상품공급사업 또한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중소상인들과의 상생차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말해 상품공급업까지 접겠다는 뜻으로 비쳐지면서 신세계그룹이 해명에 나서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 부회장이 얼마나 긴장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평가다.

이런 정 부회장의 '고분고분'한 태도에 더이상의 공격적인 질타는 나오지 않았고, 증인출석은 '수난'없이 마무리됐다.

재발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지만, 정 부회장이 더이상 골목상권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진중한 약속을 하면서 설자리가 줄어들었던 골목상권에 다소 숨통이 트일 예정이다. 다만, 부회장님의 말한마디에 모든 문제가 일사천리로 해결됐다는 점에서 다소 씁쓸함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변종SSM'은 개인사업자가 대형 유통업체로부터 상품을 공급받고 대기업 상호를 사용할 수 있지만 별도 수수료는 내지 않는 방식의 유통망으로, SSM의 추가 출점이 사실상 가로막힌 대형유통업체들이 경쟁력 있는 가격을 발판으로 뛰어들며 그 수가 급격하게 불어났다. 이번 국감에서는 이마트 에브리데이의 상품공급점 수가 지난 9월까지 2년새 241개로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기간 롯데슈퍼 43개, GS리테일 3개, 홈플러스 2개 등으로 에브리데이의 증가폭은 경쟁사들을 압도한다.

돈이 되기 때문인지 그 수가 급격히 불어나자 골목상권을 지배하고, 침해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하지만, 이런 지적이 나올 때마다 신세계그룹은 상품공급점이 영세 상인과의 상생 모델이라고 주장, 골목상권 침해 의혹을 전면 부인해왔다. 이번 정 부회장의 국감 증인채택에 일등공신으로 평가되는 허 대표 역시 인정과 대책마련 보다는 '소관이 아니다'라는 답변으로 일관한 바 있다. 하지만, '변종SSM'에 밀려 점점 위축되는 소상공인들의 신음은 깊어졌고 이번 국감의 핵심이슈로 떠올랐다.

결국 '변종SSM'문제는 그룹 오너인 정 부회장의 말 한마디로 사실상 종결됐다. 소상인들과 업계에서 쏟아진 숱한 지적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이들을 궁지로 몰았던 문제가 부회장님 한마디에 전격적으로 해결된 셈이다. '살려달라'는 소상공인의 외침보다 오너의 한마디가 '더 셌다'는 해석이 나온다.

어쩌면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중소영세상인들과 경쟁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재벌가의 출석이 잦아질 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문제가 쉽게 풀렸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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