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연말연시를 맞아 들뜬 사회분위기와는 달리 국민은행 내부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못해 냉기가 돌 정도다.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이어 100억원을 웃도는 국민주택채권 횡령·위조사건, 주택보증부대출 부당이자 수취까지. 금융기관의 도덕성과 신뢰성에 치명타가 될 굵직굵직한 비위 행태가 올해 하반기 동시다발적으로 세상에 드러난 것.

지난 2001년 주택은행과의 합병 이후 독보적인 리딩뱅크 지위를 고수해왔던 국민은행의 현재 처지는 각종 횡령·비리 사건으로 한순간에 '금융비리의 온상'으로 낙인 찍혀 버린 모양새다. 고객들로서도 믿었던 은행에 제대로 뒷통수를 얻어맞은 격이다.

국민은행에 쏟아진 비난의 화살은 자연스레 이건호 은행장에게로 옮아가고 있다. 새 수장을 맞이한 국민은행이 소위 '비리백화점'으로 불릴만한 사건들이 연달아 터져나오면서 첫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각종 부실·비리와 관련해 내부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이 행장은 지난달 27일 대국민 사과를 했다. 

국민은행장이 국민앞에 사죄하며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이 1년만에 재연된 것이다.

지난해 국민은행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조작 의혹, 대출서류 조작 사건 등에 따른 비판 여론을 의식해 2012년 8월 1일 신뢰회복을 위한 은행 차원의 '정도경영' 쇄신카드를 꺼내들었다. 민병덕 전 은행장은 '고객중심의 정도경영'을 실천하겠다며 국민앞에 고개를 숙였다. 

당시 이 행장은 국민은행 리스크관리그룹장을 맡고 있었다. 물론 최근 드러난 비리행위가 리스크관리 부행장의 업무와의 연관성이 낮고, 전직 은행장들 시절에 불거진 일들로 직접적인 책임대상에서 이 행장은 한발 비켜서 있다.

하지만 국민은행 수장을 맡은 이후 썩은 부위를 도려내지 못한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일련의 비리사건에 대한 책임소재 문제를 차치하고 서라도, 이 행장은 조직내 소통과 내부통제 능력에 한계를 드러내며 수장으로서의 입지는 물론 리더십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취임 6개월도 안돼 세간의 시선이 기대감에서 불신과 실망으로 바껴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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