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침조제시설 불법아니다' 기자회견에 복지부 직원은 “한의계에 좋지않을 것” '협박'
약침학회 “약침조제 시설 불법이라면 명문화된 조항 마련하라"고 강력 촉구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한의계의 약침조제시설을 두고 ‘불법’논란이 일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대한약침학회의 약침액 조제시설을 불법으로 판단하면서 한의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

대한약침학회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약침학회의 약침 조제 시설이 불법이라고 간주한 보건당국을 향해 명문화된 조항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 강대인 대한약침학회 회장
강대인 대한약침학회 회장은 "복지부가 2007년 약사법부칙 제8조에 의해 약침학회 조제시설을 이용해 약침약을 조제해도 문제가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며 "이는 약사법 제23조2항의 '약국과 의료기관 조제실이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다'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조제할 수 있다고 한 것이 바로 약사법 부칙 제8조"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2009년 의료법 시행규칙으로 원외탕전 규정을 만들었다. 원외탕전은 처방전이 나온 뒤에 탕전을 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인데, 약침은 일반적으로 1년간 사용할 양의 약침제제를 한의사가 직접 조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원외탕전으로 할 경우 대부분이 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강 회장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복지부에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며 "약사법을 따라야 하는 한의사들의 조제 문제를 원외탕전 규정이라는 의료법의 기준을 놓고 해석해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회장은 답답한 심정도 비쳤다. 만약 불법이라면 보건당국이 공식적으로 불법임을 밝히면 끝날일인데 입장표명을 늦추면서 오히려 갈등만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공식적인 문서를 통해 약침학회가 불법이라고 밝히면 오히려 우리 쪽에서 행정소송 등의 정당한 절차를 밟아 불법 시설이 아니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지만 정부의 태도가 명확하지 않아 대응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며 "결국 관련 당국이 약침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생각은 못하고 원외탕전으로 봉합하려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낸 공문
한의계의 반발을 부른 이번 불법논란은 지난해 7월부터 자보심사 업무를 이관받아 진행하던 심평원이 대한약침학회의 약침시설과 관련한 현황조사를 벌이면서 불거졌다. 심평원은 지난해말 한의사들에게 약침시술과 관련해 '약 침약제 조제 현황자료'를 요청하면서 기한내 제출하지 않으면 약침술료가 심사 조정될 수 있고, 특정학회에서 조제한 약침에 대해 조제 목록표 작성이 필요 없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대해 대한약침협회측은 "심평원이 표면적으로 현황조사라는 명목하에 대한약침학회 약침 조제 시설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특정학회 조제약침약은 조제목록표 작성이 필요 없다'는 문구를 넣어 한의사들을 겁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약침학회는 불법을 규정할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해왔지만, 관련당국은 아직까지 명확한 근거를 대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약침학회에 따르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심평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약침학회의 약침조제시설은 불법시설로 본다'는 공식적인 공문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공문에 ‘불법이냐 아니냐’라는 것을 적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대한약침학회가 기자회견을 준비한다는 것을 알게된 복지부 담당자는 “이런식이면 한의계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으름장을 논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려던 약침학회 입장에서 보건정책의 칼자루를 쥔 복지부의 이같은 대응은 협박성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한편 심평원측은 정해진 규정을 시행하는 하위기관일 뿐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약침학회가 시설이 잘돼있고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잘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우리는 복지부가 정한 규정과 기준에 따라 이를 시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대한약침학회는 앞으로 관련 조제 시설의 불법 오명을 벗기 위해 적극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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