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지난해 동양그룹 사태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 논란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렀던 금융감독원이 최근 터진 카드사의 고객정보 유출사고로 또다시 가시방석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사고로 고객들의 불안감이 증폭된 가운데, 금융당국의 '솜방망이 처벌'과 '감독 소홀'이 금융사의 반복되는 정보유출 사고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되면서 '금감원 책임론'이 재차 불거지고 있는 것.   

금감원은 각종 비리로 얼룩진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공정성과 중립성에 커다란 상처를 입은지 채 2년도 안된 지난해 10월. 5만명에 달하는 개인투자자들을 수렁에 몰아넣은 '동양사태'로 피해자들은 물론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다.

당시 금감원은 동양사태가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와 함께 기업어음(CP)과 회사채의 불완전판매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금융당국의 '합작품'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최근 드러난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사고는 금감원을 또 한번 궁지로 몰아넣는 형국이다. 이번 사태 역시 감독당국의 솜방망이 처벌과 안이한 관리감독이 1억400만건에 달하는 카드정보 유출을 불러온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현대캐피탈, 삼성카드, 하나SK카드에 이어 지난해 한화손보와 메리츠화재,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까지. 수년간 금융권은 잇단 고객정보 유출사태로 몸살을 앓았다.

최근에 터진 사상 최악의 카드 개인정보 유출사고는 규모 면에서나 영향력에서 앞서 발생한 사고를 압도한다. 국민ㆍ롯데ㆍ농협카드에서 유출된 고객정보에는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이메일, 자택주소 등은 물론이고 지금껏 단 한번도 유출된 적이 없는 카드번호, 유효기간, 결제계좌, 신용등급 등 민감한 정보까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카드사에 보관중인 자신의 대부분의 정보가 유출된 셈이다.

금융권의 정보유출 사고가 터질 때마다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피해방지 후속대책을 마련해 발표하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대책을 확실히 만들겠다"며 국민들을 안심시켰지만, 정보 유출에 따른 고객의 피해규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커진 것이다.

실효성 없는 대책과 솜방망이 제재로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사건사고를 키우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쏟아지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최수현 금감원장은 지난 16일 국민카드 검사장을 직접 방문한 자리에서 경영진 해임에 대해 "법 위반 사항이 있을 경우 엄격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하지만, 역대 최대의 고객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하기까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처방만을 내놓았던 금융당국의 수장도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마냥 피해갈 수만은 없는 처지다.  

우리나라 성인 국민 대부분의 개인정보가 털리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면서 이번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사고는 이제 '국민적 관심사고'로 부상하고 있다. 동양사태에 이어 대규모 정보유출로 단단히 화가 난 국민들이 이번에는 쉽게 넘어갈 분위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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