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따리 속에서 분실된 스마트폰 발견돼
내용물 몰라도 운반책으로 적발되면 공범
10번 왔다 갔다 하면 F-4…브로커 활개

【중소기업신문=홍미은 기자】‘자격증 관계없이 F-4변경 전문’, ‘55세 이상 학습하기 힘드신 분들 F-4 상담’, ‘자격증 취득이 어려워서 고생하시는 분들 특별상담’

2013년 초부터 대림동 일대를 비롯한 중국동포 밀집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전단지의 광고내용이다. 중국동포 A씨는 지난해 10월, 호기심에 해당 업체를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 중국을 10번만 왔다 갔다 하면 비자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120만 원을 지불하고 보따리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업체는 배표를 끊어주며, 고춧가루와 같은 농수산물 운반을 맡겼다. 그렇게 두 번 중국을 왕복한 후 세 번째에 일이 터졌다.

인천항을 통과하던 중 A씨의 보따리 속에서 분실 신고 된 스마트폰이 발견된 것이다. 출국금지를 당한 A씨는 현재 장물 취득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으며, 10번을 채워 비자를 변경하려던 계획은 포기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분실 스마트폰 등 범죄 행위로 취득한 타인의 물품인 ‘장물’ 운반책으로 혐의가 확정될 경우, 대한민국 형법 제362조 ‘장물을 취득, 양도, 운반 또는 보관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법률에 따라 처벌받기 때문이다.

최근 A씨와 같이 F-4 변경을 위해 보따리상으로 나선 중국동포를 이용해 범죄에 이용하는 조직이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들은 스마트폰 밀반출에 대한 세관 단속이 강화되자 보따리상에게 스마트폰을 1대씩만 주는 방법으로 단속을 피해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출입국 정책 중에는 ‘단기사증(C-3, C-4) 또는 방문취업(H-2) 사증으로 최근 2년간 체류기간이 30일 이내로 출입국한 사실이 10회 이상 있는 사람’은 재외동포(F-4) 비자로 변경해주는 조항이 있다. 중간 모집책인 일부 여행사는 바로 이 조항을 미끼로 동포들을 설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세관 등 문제가 생길 경우에 “우린 검찰, 경찰이 다 형님, 아우이기 때문에 구속이 되도 바로 빼준다”고 안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 최근 대림동 등 중국동포 밀집 지역에서는 국가기능사자격증을 따지 않고 재외동포비자(F-4)로 변경할 수 있다는 광고지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들 업체는 10번 이상 중국무역 왕래 후 비자변경을 해준다는 명목으로 120~150만 원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업계의 한 제보자는 “동포들은 그냥 F-4 준다니까. 열 번만 왔다 갔다 하면 따는구나 생각하죠. (국가기능사)공부하기 싫은 사람들이 널렸는데요 뭐. 아무리 못해도 한 조직만 300명 넘게 (중국으로) 넘어 갈 겁니다”라며 “좋은 제도를 이용해서 비자 브로커(중개인)가 활개를 치는 거죠. 수많은 보따리상이 고춧가루 5kg씩 짊어지고 오면 뒤에 있는 보따리상 대장이 받는데, 그 사람이 수익을 보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현재 모집책 대부분이 중국동포라는 사실도 문제가 되고 있다. 120~150만 원의 수수료를 받은 이들이 언제 중국으로 잠적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비싼 수수료를 내고 보따리상으로 활동하다가 비자 변경은커녕 범죄자로 전락한 중국동포 피해자를 구제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조직은 보따리상을 불법물품 전달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며 “물품배달 부탁을 받고 운반했다가 공범으로 처벌될 위험이 있으니 물품내역이 확실치 않은 물건은 배달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수입통관을 거치지 않은 중국 농산물 운반도 문제가 되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보따리상들이 들여오는 농산물은 한 해에 약 8천 톤 정도다. 잔류농약 검사도 받지 않는 등 식품 안전성이 매우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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