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간부, KT ENS 대출사기에 연루…'모럴해저드 극치'로 '강도원' 딱지 뗄 수 있나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최근 3000억원대의 KT ENS 협력사 대출사기에 금융감독원 현직 간부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저축은행 사태로 도덕성과 공정성에 큰 상처를 입었던 금감원이 또다시 가시방석이다. 

저축은행 비리와 부실을 감시하고 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는 금감원 직원들이 불법 금품수수 등 비리사건에 연루되며 한바탕 곤욕을 치른지 채 3년도 안돼 또 다시 비위행위가 재현되자, 금감원의 '도덕적 해이' 논란이 재점화될 기세다.

금감원은 올해 초부터 자체감찰을 통해 KT ENS 대출사기 사건에 금감원 자본시장조사1국 소속 김모 팀장이 연루됐다는 혐의를 포착했다. 이에 금감원은 김 팀장을 직위해제하고,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금감원 자체감찰 결과, 김 팀장은 KT ENS 협력사 대출사기범과 어울리며 골프접대와 수억원의 이권을 받아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 1월 금감원이 조사에 착수하자 이 사실을 알려 사기범의 해외도피까지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KT ENS 대출사기는 협력업체들이 KT ENS 직원과 짜고 서류를 위조해 금융사로부터 3200억원대의 대출을 받은 사건을 말한다. 피해 규모는 하나은행이 1624억원으로 가장 많고, KB국민과 NH농협은행은 각각 296억원, 기타 저축은행이 800억원이다.

금감원 직원이 비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은 저축은행 사태 이후 3여년 만이다. 2011년 저축은행 구조조정 당시에 비리를 묵인하는 조건으로 거액을 수수한 금감원 직원들은 지난해 4월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들은 저축은행으로부터 현금은 물론 집 인테리어 공사비용, 고가 시계와 양복 등을 받아 챙겼다.  

저축은행 사태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들의 몫으로 남았고, '금융계의 검찰'이라는 칭호가 무색해진 금감원은 국민들의 거센 비난을 받아야 했다.

최근에는 금감원의 솜방망이 처벌과 안이한 관리감독이 1억400만건에 달하는 카드정보 유출을 불러온 주요 원인으로 꼽히면서 "금융당국 수장들은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5만명에 달하는 개인투자자들을 수렁에 몰아넣은 동양사태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로 감사원의 감사를 받고 있는 데다 금감원 전현직 출신의 낙하산 인사 논란까지 불거지는 등 '모럴해저드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정부가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박힌 잘못된 제도와 관행들을 정상화하기 위해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달성하겠다고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대국민을 향한 자기반성과 조직쇄신에 대한 각오가 시급한 곳은 금감원이 아닐까 곱씹어 보게 된다.

부도덕한 임직원 비위행태와 각종 부실감독 논란의 또다른 피해자는 금감원 본인일 수밖에 없다. 그간 쌓아온 위상과 신뢰도를 금감원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는 금감원을 향한 불편한 시선이 떠나지 않으면서 정부가 단단히 손을 봐야한다는 목소리가 높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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