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이어진 기자] 이동통신3사가 '불법보조금'을 근절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했다. 스마트폰을 비싸게 주고산 고객들의 불만과 형평성 문제를 잠재워 혼탁된 시장을 바로잡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피력이다.

이들은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영업점을 적발할 경우 영업전산을 차단, 판매중단 조치를 내리는 한편 자율 감시단을 꾸려 불법보조금이 다시는 활개를 치지 않도록 원천봉쇄하겠다고 다짐한다.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이 집중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의 일부분을 미리 시행하겠다고도 했다.

이번 대국민 선언이 보조금 문제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정부당국의 처벌의지에 대한 불안감으로 등 떠밀린 감이 없지는 않지만, 이통사들이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하니 당분간 믿어볼 일이다.

이통사들의 각오가 남다른 만큼 이쯤에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현재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쏟아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모습이다. 앞으로 불법보조금으로 기분상할 일이 없어진다는데 소비자들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걸까.

소비자들은 이통사들이 ‘대국민 선언'이라는 요란스런 ‘퍼포먼스’에 앞서 보조금 근절에 따라 커지는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먼저였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이번 서약이 불법 보조금 살포의 주범인 이동통신사들의 이익만 늘려줄 것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사실 불법보조금은 이통사들끼리의 치열한 경쟁에서 불거진 '사생아'다. 서로 가입자를 뺏기에 혈안이된 이통사들은 수조원대의 막대한 마케팅비를 살포해 보조금을 더얹어주겠다면서 고객들을 유혹했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보다 저렴하게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게 됐고 이 과정에서 '공짜폰'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 한대가격이 평균적으로 100만원대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이는 가계 통신비 절감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낳았다.

이를 뒤집어 보자. 결론적으로 이번 통신사들의 약속은 소비자들에게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이통사에게는 그동안 피튀기는 보조금경쟁에 투입된 마케팅비를 그만큼 절감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 된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영업정지나 보조금 근절이 마케팅 비용을 감소시켜 이동통신3사의 수익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줄을 잇고 있다.

여기에 이날 이통사들이 내놓은 대책은 실효성 논란도 부르고 있다. 이날 이통사들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의 일부분을 미리 시행키로 하는 등 당근책을 내놨지만, 이같은 계획은 제조사와의 협의 등 넘어야 할 과정이 산이어서 당장 실현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때문에 앞으로 휴대폰을 비싼가격에 구매해야하는 소비자들은 당분간 출고가 인하나 요금 인하효과를 전혀 누릴 수 없게된다. 지금보다 얻는 것은 줄어드는데 잃는 것은 더 많아지는 셈이다. 결국, 이통사들의 약속실현은 당분간 소비자들과는 상관이 없는, 자신들의 배만 불리는 꼴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보조금 문제에 목매는 정부도 소비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이통사들의 과열경쟁을 막고, 형평성 논란을 잡겠다는 좋은 취지에도 소비자들이 싸게 살 권리를 정부가 앞장서서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현재 누리꾼들은 “정부가 담합을 조장하는 사례”, “통신요금 담합부터 뿌리 뽑아라”, “서로 폰을 비싸게 팔겠다고 약속하는 것인데 담합이 아니고 무엇인가” 등 질타를 쏟아내고 있다.

이통사들이 끊없는 잡음의 배경이 된 불법보조금 문제를 말끔히 해소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쟁탈을 벌이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벌어진 문제로 소비자들의 싸게 살 수 있는 권리가 외면당하게 된다면 이는 빈대잡다가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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