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인 김영환

전방에서 군에 복무하고 있을 때 북한의 AN 2기를 경계하는 교육을 늘 받았습니다. 이 비행기의 식별 요령을 담은 연병장의 안내판이 기억에 새롭습니다. 때는 북한 정찰국 소속  124군 부대의 김신조 일당 31명이 청와대 근처까지 침투해 종로경찰서장이 전사하는 등 치열한 교전 뒤의 상황이라서 경계 태세는 더 삼엄했습니다. 날개는 특수 헝겊, 프로펠러는 목제로 만들고 표피는 레이더 파를 흡수하는 합금재와 도료를 써서 스텔스 기능이 탁월한 이 AN 2기는 지금도 야간에 침투하여 후방을 교란할 가능성이 큰 기종입니다. 
 
북한은 이 AN2기를 330대 정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1대에 10여 명의 특수군이 타고 초저공에서 낙하하여 침투한다면  끔찍한 일입니다. 이런 AN2 기의 기억이 떠오른 것은 최근 북한제 초소형 무인정찰기들의 방공망 침투가 잇달아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특수군만 20만 명이라고 하니 이들이 저공침투와 결합한다면 안보에 큰 위협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북한은 '드레스덴 선언'이 나온 지 사흘 뒤 NLL에 대포 5백여 발을 갈겨 대답했습니다. 너무 우리가 통일을 정치적으로 떠들어 초조해졌는지, 아니면 안 퍼주는 데 대한 반발인지는 모릅니다. 북한 무인 정찰기는 NLL을 포격할 때도 백령도 상공에 떠 있었고 우리 군 상황을 스캔하여 북한에 실시간으로 송신했을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죠. 국방부가 동영상 송신 능력은 아직 없다고 밝혔지만 청와대와 동해안 등 국방의 요충을 얼마나 비밀리에 정탐했을지 소름이 끼칩니다.

입으로는 정보통신 강국이라고 요란을 떨지만 북한의 공격에 온라인도, 오프라인도 뚫리는 형편입니다. 서울 시민들이 지하철 계단에서 발길을 막고 극성스럽게 인터넷을 뒤지며 ‘채팅’하는 것과 국가안보를 위한 정보통신 능력은 전혀 별개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날아오는 새 같은 것도 잡지 못하면서 미사일 요격 방어체제를 구축한다는 거대 방위 담론을 북한이 비웃으며 ‘이런 건 처음 보지’하며 놀리는 표정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무인정찰기가 있다"라고 공개했나 봅니다. 군은 즉각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안보 위협 요소를 공표해 경계 태세를 강화할 생각은 안 하고  ‘대공 용의점이 확인되지 않았다’ '동호인들의 비행기 같다 ' ‘심각한 안보위협은 아니다’라는 희망사항이 담긴 말로 오도했습니다. 물론 지나친 우리의 불안감은 북한이 노리는 심리전일지도 모르지만 안보에 큰 구멍이 뚫린 사실은 분명한 것이죠.

군은 ‘어뢰 피격으로 판단된다’는 천안함의 보고를 묵살했고 북의 반잠수정을 ‘새떼’로 둔갑시켜 사격했다는 희한한 소리를 했었죠. 노크 귀순, 북한군 소행이 의심되는 530GP 내무반의 수류탄 폭발 사건 등 의문은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백령도에서 무인기가 발견되지 않았으면 뭐라고 호도했을까요? 모형비행기 동호인들이 청와대 촬영은 안 하죠. 아무리 국제적인 판단을 내릴 확증을 기다린다고 해도 이건 너무 신중한 대응입니다. 북한이 미사일로 수도권을 공격하면 어디 제품인지 확인하고 반격할 건가요?

영국 컨설턴트가 한국군의 군수 능력이 전쟁수행 능력에 의문이 들게 한다고 비판한 대목에도 비상한 관심을 갖게 됩니다. 세계 4대 군사대국이라던 자랑은 어디 가고 오늘 이런 기상천외한 도발에 무력하게 노출되게 되었는지요,

이게 군만의 책임이 아닙니다. 얼싸안고 사진 찍으면 평화가 온다는 그릇된 평화론과 대공수사기관을 난도질한 오판이 안보에 대한 정신 전력을 허물고 북한의 간계에 넘어가 비대칭 전력의 확고한 우위를 빼앗긴 오늘날의 속수무책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폭탄을 달 수도 있는 이 무인정찰기가 김관진 국방장관의 말대로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험이 아니란 말입니까?
 
상황이 이렇게 발전할 것이 명백한데도 역대 정권들은 국방예산 증가비율 삭감, 군 병력 축소나 복무기간 단축 같은 실전과 정신 전력을 허무는 이야기에 열중했습니다. ‘유비무환’. 안보는 모든 것의 기본인데도 국익을 멀리 보지 못한 채 비핵화를 서둘러 선언하고 복지에 정신이 홀려서 자주국방을 위해 큰 일은 한 게 없다는 것이 지금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전력 공백을 메우려고 전시작전권을 재연기하기 위해 미국에 목을 매달아야 하는 형편입니다. 만약 북한이 핵 미사일로 위협하면서 속전속결로 남침한다면 전력이 절대 우위에 있지 못한 채 종북세력의 발호로 단결에 금이 갈 우리에게는  미군의 증파밖에는 기댈 곳이 없는 게 냉혹한 현실입니다.

국민들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종북 매체들이 무인정찰기가 자작극이라는 허무맹랑한 글을 버젓이 실어도 무탈하고 해발 900미터의 심산에 추락한 비행체의 정체가 무엇일지 당국에 신고할 생각은 않고 일제 카메라와 USB를 뜯어내 쓸 생각만 했던  의식에서 흐트러진 안보의 단면이 보입니다. 정체를 놓고 설왕설래하는 분위기와 '선물'로 착각한 약초꾼의 태도는 ‘트로이의 목마’를 생각나게 하는 민·군 합작의 안보 불감증입니다.
 
안보는 복지의 하위가 아니죠. 안보 강화를 최우선시해야 함에도 일이 터져야 화두가 됩니다.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서 시대착오적인 무상복지 확대 타령입니다. 생활고로 세 모녀가 자살하는 판에 무슨 얼어 죽을 반값 등록금, 무료 버스, 보편적인 복지타령인가요? 생의 절벽에 서서 뛰어내릴까 말까로 고뇌하는 사람들을 먼저 구조하는 사회의 안전망과 국가안보가 최우선이죠.
 
법무장관을 지낸 김성호 전 국정원장은 최근 판·검사 등 법조계와 국회, 언론사에 종북세력이 진출해 있을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소위 '공산주의 진지론'을 지적했습니다. 군부에도 붉은 물이 든 사람이 없는지 잘 살펴야 할 일입니다. 나라 안보가 어떻게 되든 북한에 퍼주지 못해 안달하고 천안함 폭침 46명의 전사, 연평도 포격 민군 살상, 금강산 관광객 살해사건의 규명과 사과 재발방지 대책보다 관광 재개를 먼저 주장하는 사람들도 이상한 사람들입니다, 일에는 순서가 있고 그 과정은 꼭 거쳐야합니다.

외교적으로도 안보는 걱정입니다. 윤동주 같은 애국 시인을 생체 실험에 썼던 세균전의 주범 731부대의 반인륜 범죄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731'이 쓰인 자위대 전투기에 올라 파렴치하게 엄지손가락을 쳐드는 일본제국주의 전범의 후손 아베 신조의 일본과 군사안보적인 유대를 가져야하는 것은 지정학적 비극이지만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하는 다른 건전한 일본 국민을 생각하며 손을 잡아야하는 것이 숙명입니다.  독도는 한국이 강점한 자국의 영토라고 초등학생부터 세뇌하는 교과서를 만든 나라와 담 쌓고 살 수 없는 슬픈 현실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미국의 동맹이니 3자 정상회담을 미국이 주선한 것이죠.

불안한 나날입니다. 핵을 머리맡에 놓고 잘 수 없죠. 일찍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나 정몽준 의원이 주장한대로 대한민국도 북한의 비대칭전력의 우위를 상쇄할 핵무기가 시급하게 되었습니다. 전시작전권 환수가 불가피하다면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와 연계하는 정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6자회담을 수십 년 해도 북한은 존립의 기반인 핵을 안 버릴 것입니다. 말로 해결할 때는 지났습니다. 핵무기와 미사일에서 무인정찰기까지 중후장대형에서 경박단소형까지  무기체계를 고루 갖춘 북한이 몸서리칠 무기로는 심리적 무기인 자유의 풍선도 있습니다. 풍선 전단을 더 자주 날려 북한 전역에 자유의 씨앗을 뿌립시다. 공포에는 공포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통일대박론보다 안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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