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전망 전작 대비 낮아, ‘기어’도 디자인 탓 부정적 반응 이어져

삼성전자의 갤럭시S5

[중소기업신문=이어진 기자] 삼성전자가 플래그쉽 스마트폰 갤럭시S5와 웨어러블 기기인 기어2·기어2네오·기어핏을 동시 출시한지도 벌써 한주 가량이 지났다. 시장에서는 갤럭시S5의 초기 판매량에는 합격점을 주고 있지만 한해 전망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 전작 대비 저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온다. 기어2와 기어2네오 등 웨어러블 기기 들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휴대폰 오버스펙 시대, 메리트 없는 갤럭시S5

갤럭시S5의 초기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갤럭시S5를 구입하기 위해 줄서서 기다리는가 하면 초기 판매량이 갤럭시S4 대비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S5 출시 당일인 11일, 미국 시장에서는 전작인 갤럭시S4 대비 판매량이 30% 가량 증가했으며 특히 유럽에선 몇시간 전부터 갤럭시S5를 사기위한 줄이 만들어지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초기 판매량이 많은 것은 일단 출시 국가가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갤럭시S5는 11일 125개국에서 판매에 돌입했다. 전작인 갤럭시S4는 60개국, 갤럭시노트3는 58개국에서 동시 출시됐다. 출시 국가 수만 놓고 보면 약 2배 이상 늘어났다.

삼성전자 갤럭시시리즈 판매량이 매년 마다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고, 갤럭시S5 초기 판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지만, 시장 초기 반응과는 달리 전체 판매량에서는 전작들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들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갤럭시S는 출시 당해 연간 출하량 1500만대, 갤럭시S2는 2750만대, 갤럭시S3는 5200만대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갤럭시S4의 연간 출하량은 5700만대로 전작 대비 500만대 늘어나는데 그쳤다. 갤럭시S5는 전작 대비 적은 판매량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우세하다.

한국투자증권은 갤럭시S5의 출시 후 4분기 누적 판매량이 5100만대로 갤럭시S4 5700만대는 물론 '갤럭시S3' 5200만대보다 적을 것으로 봤다. HMC투자증권도 갤럭시S5의 2분기 출하량을 1600만대로, 연간 출하량 4400만대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이런 전망들이 나오는 것은 디스플레이 크기를 키운 아이폰6, 모토로라를 인수한 레노버 등 경쟁 심화 뿐 아니라 스마트폰 스펙 경쟁이 무의미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 출시되는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이미 오버스펙이라 불릴 정도로 성능이 향상됐다. 손안의 컴퓨터라 불릴 정도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이동통신 속도 또한 높아졌다. PC에서나 볼 수 있었던 헥사코어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시대다. UHD 동영상 촬영은 물론 보급형 스마트폰으로도 풀HD 동영상 콘텐츠를 즐기기에 무리가 없을 정도다.

오버스펙 시대라는 점은 삼성전자 또한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3 이후 단순 프로세싱 성능을 높이기보다는 다양한 부가기능들을 포함시키는데 주력했다. 갤럭시S4에서는 눈동자를 인식하는 기능을 추가했고 갤럭시S5에서는 지문인식, 심장박동 측정 기능을 추가했다. 스펙경쟁 보다는 부가 기능을 통해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겠다는 전략이지만, 문제는 이런 기능들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큰 메리트가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해외 주요 외신들은 갤럭시S5의 여러 부가 기능들에 대해 짠 점수를 주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방수 기능을 빼면 인기를 끌만한 요인이 없는 스마트폰”이라며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내렸다. 심박 측정 기능의 경우도 조깅이나 헬스클럽 등에서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영국 시장조사 업체 ‘오범’도 갤럭시S5에 대해 "일반 소비자들은 이전 작과 달라진 점을 찾기 힘들 것"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경쟁업체들의 끊임없는 도전도 갤럭시S5 등 삼성전자 휴대폰 판매량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레노버를 필두로 한 중국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하며 매섭게 추격하고 있다. G시리즈로 재기에 성공한 LG전자는 G2, G2프로 등의 인기를 올해 출시할 G3에서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가장 큰 경쟁업체인 애플의 경우 대화면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아이폰을 올해 하반기 중 출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작은 디스플레이 때문에 아이폰 구입을 망설였던 소비자들이 많았던 만큼 대화면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아이폰6는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국만 놓고 보더라도 대화면 아이폰6를 기다리며 스마트폰 교체를 미루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분석들도 나온다.

구글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조립식 스마트폰 ‘아라’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도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라는 모토로라가 추진하고 있던 조립식 스마트폰 프로젝트다. 휴대폰의 골격을 이루는 프레임에 사용자 입맛대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배터리, 카메라 모듈을 마음껏 끼워 사용할 수 있는 형태다. 이런 모듈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처럼 사고파는 사이트 개설해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구글은 아라 프로젝트의 프로토타입을 올해 9월 발표하고 내년 1월 50달러, 한화 약 5만2000원에 판매할 계획이다.

아라 프로젝트에 대해 제조업계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평가들이 대부분이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보급형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모듈만 사서 끼는 아라 프로젝트가 니즈에 부합된다는 것이다. 만일 내년 아라 프로젝트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다면, 세트업체인 삼성전자는 단순 모듈 제조업체로 전락할 수 도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5와 기어핏.
◆웨어러블 집중하는 삼성전자, ‘디자인’이 관건

삼성전자는 갤럭시S5와 함께 기어2·기어2네오·기어핏 3종의 웨어러블 기기를 동시 출시했다. 지난해 9월 갤럭시기어 출시 이후 8개월 만의 일이다. 스마트폰 시장 침체 우려에 새로운 시장인 웨어러블을 공략하려는 전략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전자의 기어 시리즈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만은 않다. 미국 IT전문매체인 엔가젯 편집자들은 지난해 선보인 갤럭시기어를 ‘올해 최악의 제품’으로 선정했다. 엔가젯이 독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평가에서 ‘올해의 웨어러블 제품’으로 꼽혔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엔가젯 편집자들은 최악의 제품으로 꼽은 이유로 낮은 배터리 용량을 지적했다. 편집자들은 기어2와 기어핏 등의 후속제품을 빨리 출시하는 점을 거론하며 전작인 갤럭시 기어를 내놓지 말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11일 갤럭시S5와 동시 출시한 기어2, 기어2네오, 기어핏에 대한 평가도 전작과 큰 차이가 없다. 

해외 IT전문매체인 엔가젯은 기어2에 대해 “전작과 비교해 크게 향상됐지만 꼭 사야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더 길어진 배터리 수명과 심박계, 향상된 디자인을 장점으로 꼽았지만, 구동 앱 미비 등을 이유로 100점 만점 기준 평점 71점을 줬다. 미국 IT전문매체인 더버지는 기어핏의 평점을 10점 만점에 5.5점을 줬다. 디자인, 편안한스트랩 등을 장점으로 꼽았지만, 부정확한 심박계, 제한된 스마트워치 기능들을 단점으로 꼽았다. 더버지는 “완벽한 피트니스 트래킹과 스마트워치의 조합은 여전히 꿈”이라고 지적했다.

전작 대비 디자인이 한층 향상됐다는 평가들이 이어지지만 스마트워치로 사용하기에는 어색하는 평가들도 이어진다. 웨어러블 기기는 말 그대로 사용자가 착용하는 기기다. 특히 스마트워치는 디자인이 생명이다. 화려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수백, 수천만원에 달하는 명품 시계는 불티나게 팔린다. 스마트워치는 기능도 중요하지만, 본질이 시계인 만큼 소비자들은 디자인에 민감하다.

모토로라가 지난달에 공개한 스마트워치 '모토360'
모토로라의 스마트워치 모토360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을 살펴보더라도 이를 알 수 있다.

모토로라는 지난달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워치 모토360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의 기어2‧기어핏 등과는 달리 시계라는 점을 디자인에서부터 어필하고 있다. 원형 모형의 이 제품은 언뜻 보기에 시계와 큰 차이가 없다. 일반적인 시계의 형태를 갖춰 사용자들의 반감을 줄이려는 전략이다. 모토로라는 “시계는 기계에서 전자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돼 왔지만 유용성과 우아함 때문에 기본 형태를 유지해왔다”며 모토360 디자인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이 제품이 공개되자 국내 IT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 등지에서 누리꾼들은 “이질감이 덜한 스마트워치가 드디어 나오는 것 같다”, “드디어 스마트워치라는 제품이 패션 아이템으로써 시계의 느낌과 전자제품의 타협을 맞춰가기 시작한 것 같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기어 시리즈 중에서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는 제품인 기어핏의 경우도 팔찌 같다는 누리꾼들의 반응들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IT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의 한 누리꾼은 최근 공개된 기어핏 CF에 대해 “단독으로 차면 디자인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광고”라고 비판했다. 다른 한 누리꾼은 기어핏에 대해 “시계 디스플레이가 가로라는 점이 아쉽다. 삼성 제품 중 간만에 좋은 디자인으로 나왔지만 여전히 아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최근 기어2와 기어2네오, 기어핏과 연동되는 스마트폰의 종류를 갤럭시S4, 갤럭시노트3 뿐 아니라 보급형 제품인 갤럭시그랜드, 갤럭시 태블릿PC 3종 등 총 16종으로 늘렸다.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를 모두 구입하기에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층을 위해 자사 제품군들과의 호환성을 살려 기어 시리즈의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많은 소비자들에게 스마트폰과 착용형 스마트 기기를 연동한 새로운 사용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지원 기기 수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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