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30% 폐쇄 등 대규모 구조조정 추진에 노조 반발 심화, 10년만에 총파업 예고
'정보유출' 씨티은행·캐피탈 제재수위 내달 결정…하영구 행장 중징계 가능성 점쳐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최근 씨티은행을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은행업 전반의 경영여건 악화로 씨티은행의 실적부진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대규모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에 나설 조짐을 보이자 노조는 물론 직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다 4만여건에 달하는 고객정보가 유출된 씨티은행은 물론 계열사인 씨티캐피탈에서도 정보유출 사고가 터지면서 씨티금융그룹의 수장이자 씨티은행장인 하영구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중징계 가능성이 점쳐지는 분위기다.

더 큰 문제는 고객들의 싸늘한 시선이다. '민원다발 은행'이라는 오명을 쓰며 수년간 고객만족경영에서 고전해 온 씨티은행이 연초부터 대형 악재인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직격탄을 맞으며 고객들의 신뢰는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

2001년 한미은행장을 시작으로 씨티은행장까지 무려 5연임이라는 전대미문의 장기집권에 성공해 온 하영구 회장으로선 올해 그의 15년 임기를 통틀어 최대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씨티은행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놓고 노사간 대립이 심화되면서 전면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지난 8일 씨티은행은 올해 전체 영업점의 30%에 달하는 56개 점포를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씨티은행 측은 "디지털뱅킹의 발달로 한국시장에서 거래 90% 이상이 비대면 채널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저수익 기조 장기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객 요구를 더욱 명확히 반영하고자 한국시장 내 지점망을 개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씨티은행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노조는 "사측이 구조조정을 빌미로 수익을 내고 있는 지점까지 마구잡이로 폐쇄하고 있다"며 "씨티은행의 경영악화는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이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측의 구조조정은 ‘60일 전까지 노조에 통보해 협의해야 한다’는 단체협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지난 16일 은행지점 폐쇄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특히 점포 구조조정에 따른 인력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사측이 내부적으로 작성하는 영업점 평가자료를 놓고 인력 구조조정을 위한 '살생부' 논란이 일면서 노사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현재 노조는 오는 22일과 25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이 결렬될 경우 전면파업 등 강경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노조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2004년 이후 10년만에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하게 된다.

이처럼 씨티은행 노사간 대립이 점점 극한으로 치닫자, 조직 안팎의 따가운 시선은 하영구 행장으로 쏠리고 있다. 일방통행식 경영정책에 노조의 불신과 거센 반발을 초래하는 등 조직내 갈등을 봉합하는데 적잖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

최근 금융당국이 정보유출 금융사에 대한 강도높은 징계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도 하 행장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내달 중 씨티은행과 시티캐피탈의 정보 유출 혐의에 대한 제재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지난해 말 검찰조사로 밝혀졌던 씨티은행의 고객정보 유출 규모는 3만4000건으로, 이달 1만건이 추가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씨티캐피탈에서도 고객정보가 새나갔다. 최근 금감원이 검찰로부터 전달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1만7000명 가량의 고객정보가 신규로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씨티은행에 이어 씨티캐피탈에서도 내부직원에 의한 정보유출 정황이 포착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무엇보다 씨티은행에서 유출된 고객 신용정보가 실제 보이스피싱 등 전화금융사기에 악용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대출중개업자 등에게 새나간 고객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증폭되는 양상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경영진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통해 정보유출 사태의 재발방지를 막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은행과 캐피탈에서 정보유출 사건이 발생한 씨티금융지주의 경우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에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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