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체제' 굳혀질까? …삼성물산 사업재편이 최대변수
노동계, 백혈병문제 언급해 삼성이 직접협상이 나설지 주목

▲ 이건희 회장

【중소기업신문=박홍준 기자】이건희 삼성 회장이 해외 체류를 마치고 17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삼성그룹 신년 하례식을 마친 뒤인 올 1월11일 하와이로 출국한 지 96일 만이다.

이 회장이 앞으로 출근해서 그룹경영을 본격화할는지가 주목되는 가운데  이 회장의 국내복귀로 그동안 삼성이 진행해온 후계구도작업에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장기출장길에서 돌아온 이 회장은 입국장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진도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 "안타깝다"는 심경을 밝혔다. 최지성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입국장을 통과하자 진도 인근의 여객선 사고와 관련해 보고했다. 이 회장은 보고를 듣고 나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김포공항 입국장을 나서며 팔을 흔들어 보이며 "(건강이)보시는 대로 괜찮다"고 말했다. 그동안 항간에서는 이 회장의 건강이상설이 끊임없이 나돌았으나 이날 모습에 비추어 외견상으로는 이 회장의 건강이 크게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고 주위사람들은 말했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침몰한 진도 여객선 세월호 인양을 위해 16일 오후 8시30분 거제조선소에서 해상크레인 '삼성 2호'를 급파했다. 삼성2호는 3600t 규모로 3350t 무게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18일 오후 사고현장에 도착해 인양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귀국후 그동안 해외출장기간 중에  발생한 굵직한 이슈와 과제들을 해결지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재계는 이 회장이 최근 삼성 그룹사 전반적인 사업 재편 구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지 주목된다. 삼성그룹이 그동안 추진해온 사업조정은 후계구도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이 회장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떠식의 언급을 할는지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제일모직에서 패션·직물 사업 부문을 분리해 삼성에버랜드로 넘기고 첨단소재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데 이어 지난달 31일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흡수·합병했다. 이틀 뒤인 지난 2일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을 한데 묶는 등 '선택과 집중' 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이재용(왼쪽) 이부진(가운데) 이서현(오른쪽)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의 3남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이서진 삼성에버랜드 패션사업 사장의 지분변동이 일어나면서 승계구도가 윤곽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자 및 화학, 금융 계열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리조트·건설·상사,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경영기획실)이 패션 및 미디어(제일기획) 부문을 나눠 경영할 수 있도록 그룹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삼성물산 사업 재편에 따라 후계 구도 그림에서 이재용부회장 체제로 확고하게 굳혀 질는지 여부가 보다 명확해진다는 점에서 이 회장의 입장이나 의사표명이 주목된다.

이 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갤럭시S 5' 및 UHD TV·프리미엄 가전 등 판매 동향, 반도체 분야 수익성 강화 등 현안도 이 회장이 챙길 것으로 관측된다. 7년을 끌어온 반도체·LCD 공장 근로자 백혈병·직업병 문제에 삼성이 어떤 공식 보상책 및 산업재해 기준을 제시할지도 논란거리다.

노동계는 무엇보다도 이 회장이 이번 귀국에서 백혈병문제에 대한 언급을 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백혈병문제는 무노조경영과 더불어 삼성이 ‘일류삼성’을 위해 해결해야 할 당면 핫 이슈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삼성전자임원이 백혈병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임원이 백혈병문제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인권 지킴이 ‘반올림’을 비롯한 노동계는 삼성이 달라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기대를 걸었다. 직업병을 인정하고 보상하는 전향적인 대책이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노동계의 기대와는 달리 삼성전자가 백혈병 문제에서 전향적인 변화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삼성반도체공장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삼성전자에 ‘직접 대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직접적인 협상은 하지 않고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해결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반올림 관계자는 “성전자가 애초 ‘백혈병의 직업병 여부를 인정하겠다’는 식으로 입장을 급선회하기보다 ‘제3의 중재기구 구성을 통한 보상안 마련 방안을 수용하겠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기 때문에 직접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다시 말해 이는 삼성전자가 직업병인정과 보상을 통한 근본적인 문제해결 의지가 없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반올림측은 지적한다. 삼성은 백혈병을 직업병으로 인정하고 무노조경영 방침을 철회하는 데는 하등 변화의 조짐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의 생전에는 삼성의 무노조경영방침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드물다. 그 연장선 상에서  이 회장이 백혈병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하지만 이 회장은 하례식에서 영상을 통해 "삼성그룹이 다시 한번 바꿔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신년사를 전달했다. 그런 측면에서 이 회장이 백혈병과 무노조경영 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는 한 가닥 기대를 가져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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