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금융계열사 삼성생명 보유지분 매각해 금융지주전환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삼성정밀화학 등은 삼성생명 주식 팔고, 삼성카드는 화재지분 생명에 넘겨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잇따라 삼성생명 지분을 매도하면서 최근 잇따랐던 삼성그룹의 사업조정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시 일각에서는 앞으로후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비금융계열사는 삼성생명 지분을 모두 정리하고, 삼성생명은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화재 지분 전량을 사들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삼성전기와 삼성정밀화학, 삼성SDS, 제일기획 등 4개 계열사는 전일 삼성생명 보유 주식 전량을 처분한다고 밝혔다. 삼성전기 120만6380주(이하 지분율 0.6%), 삼성정밀화학 94만4090주(0.47%), 삼성SDS 70만8910주(0.35%), 제일기획 42만5560주(0.21%)로 총 328만4940주(1.64%) 등이 이날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된다.

여기에 삼성카드는 보유 삼성화재 주식 29만8377주(0.63%)를 삼성생명에 넘기기로 했다. 처분금액은 711억6300만원이다. 앞서 삼성생명은 지난해 12월 삼성전기와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5.81%를 취득해 보유지분율을 28.6%에서 34.41%로 끌어올렸다. 삼성카드의 최대주주 삼성전자(지분 37.45%)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의 지분구도가 한층 더 단순해진 이번 교통정리에 대해 이들 회사들은 '유동성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을 그 배경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분매각에 나선 삼성계열사들의 보유 삼성생명 지분이 모두 합쳐도 1%대에 불과한 수준이고, 매각이후 이건희 회장(20.76%), 삼성에버랜드(19.34%), 삼성문화재단(4.68%), 삼성생명공익재단(4.68%) 등 삼성가의 전체 지분이 49.46%가 남아 지배구조에 큰 변동도 없다.

다만,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삼성에버랜드만 남게 돼 수직계열화가 보다 명확해졌다는 점은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떼내 붙이는' 삼성그룹의 사업조정 행보와 맞물리면서 삼성가의 승계구도와 맞물려 있는 것이 아니냐는 재계의 추측을 낳고 있다.

삼성그룹은 현재 삼성에버랜드를 정점으로 '에버랜드→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는 지분 25.10%를 가진 이 부회장이며, 이 회장 일가의 보유지분은 46.04%다. 다시 이 회장은 삼성생명의 지분 20.76%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19.34%를 보유한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2대주주다.

문제는 향후 이 회장이 자식들에게 지분을 물려주면 그룹 정점에 있는 에버랜드(19.34%)가 최대주주가 되면서 금융지주회사가 되는데, 금융지주회사의 비금융계열사 소유를 금지한 현행법에 따라 그룹구조재편의 필요성이 대두되게 된다는 점이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반 지주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해주는 대신 금융회사가 3개 이상이거나 자산이 20조원 이상인 경우 중간금융지주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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