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이어진 기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가 지난해 말부터 속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2배 빠른 광대역 LTE 경쟁부터 3배 빠른 광대역 LTE-A로 경쟁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이르면 이달 말 3배 빠른 광대역 LTE-A 경쟁이 본격화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동통신사들의 속도 경쟁에 큰 관심이 없다.

일반 소비자들은 용어조차 난해하다. 광고를 통해 ‘LTE-A'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고 빠르다라는 사실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이통사들이 광대역 LTE를 도입, LTE 데이터 속도가 2배 빨라졌어도 데이터 전송 속도 보다 남은 데이터양을 걱정하기 바쁘다.

스마트폰 사용에 아직도 그리 익숙하지 않은 장‧노년층들은 그저 전화 잘 걸리고, 인터넷과 카카오톡만 잘 되면 만족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0~30대 사용자들은 그저 인터넷 동영상 감상 시 끊이지만 않으면 만족스러워 한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속도 경쟁 보다는 데이터 제공 경쟁을 벌였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이동통신3사는 LTE에서도 데이터 걱정 없이 인터넷 등을 즐길 수 있게 무제한 요금제를 내놨지만, 이 요금제 사용자들도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말로만 무제한 요금제이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들은 모두 LTE 무제한 요금제를 하루 당 2GB로 제한해 놨다.

2GB는 HD화질로 스트리밍 동영상을 2시간 가량 시청할 수 있는 데이터양이다. 직장인의 경우 출근과 퇴근길 각각 한 시간만 감상할 수 있는 셈. 퇴근길에 야구 한경기를 스마트폰으로 감상하려면 아침 출근길엔 데이터 소비를 자제해야한다. 무제한이 말로만 무제한 요금제인 셈이다.

이에 대해 이동통신사들은 3G에서 무제한 요금제를 도입한 이후 테더링 등을 통해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서 부득이하게 제한한 것이라며 2GB는 충분하다고 항변하지만, 스트리밍 동영상 시청이 대세가 된 상황에서 데이터는 언제고 부족하다.

더욱이 소비자가 데이터를 선택할 수도 없다. 현재 이동통신3사의 무제한 요금제는 기본 데이터 제공양을 모두 소진하면 하루 당 2GB로 제한하는 방식의 요금제다. 소비자들이 데이터 사용 시 2GB를 이용할지 기본 데이터양을 사용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만 있어도 합리적인 데이터 사용이 가능하지만, 데이터 트래픽 증가를 우려한 탓인지, 데이터 소진 이후로만 한정해놨다.

한 무제한 요금제 이용자는 “주중 출퇴근길 한 시간씩 동영상 감상에는 그나마 여유로운 편이지만, 주말 나들이 등에서는 데이터가 부족한 경우가 종종 있다. 3G처럼 완전 무제한은 안하더라도 2GB의 데이터는 비싼 요금에 비해 다소 부족한 편”이라며 “기본 데이터와 2GB 데이터 중 어떤 데이터를 사용할지 선택이 불가능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다른 한 무제한 요금제 이용자는 “속도 경쟁을 벌여봐야 현재 LTE폰의 속도는 동영상, 인터넷 등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속도인데 굳이 최초 경쟁을 벌이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차라리 데이터나 더 제공하려는 노력이나 펼쳤으면 한다”고 밝혔다. 

통신강국, IT 강국으로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빠른 기술 등을 먼저 도입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는 그저 ‘강 건너 불’이다. 신규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폰 가격은 출고가 인하 기조와는 무관하다. 더 비싼 단말만 출시하게 되는 단초만 제공할 뿐이다. 소비자들은 속도 경쟁 시 요금이 인상될지 걱정부터 한다. 속도 경쟁을 벌이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데이터 제공 경쟁을 벌이는 것이 소비자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것이 아닐까. 최초 타이틀 경쟁이 소비 패러다임 변화 경쟁으로 전환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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