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프레임·유닉스 장단점이 있는데 회장과 행장이 퇴진위기서도 한쪽 방식만 고집

[중소기업신문=이어진 기자] KB국민은행의 메인프레임 교체 문제가 점입가경이다. 한국IBM 셜리 위-추이 대표 명의의 한통의 메일로 시작된 교체 문제는 이제 경영진의 힘싸움으로 변질했다. KB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은 공정위에 IBM을 제소했고, KB국민은행 노조는 역으로 사외이사들을 배임 혐의로 고소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하드웨어, IT 관련 문제로 인식되던 KB국민은행 주전산기의 교체 문제는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간의 힘 싸움으로 번지며 기술, 시스템 논란은 다소 소강상태다.

논란이 되고 있는 메인프레임은 PC나 일반 서버와는 다르다.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일괄적으로 제조해, 공급하는 시스템이라고 이해하는 게 쉽다. 이전에는 유니시스 등의 업체도 메인프레임을 제조, 국내 시장에서 공급하기도 했지만, 수년 전 한국지사가 문을 닫으면서 현재는 IBM 한 곳만 메인프레임을 취급하고 있다. 현재 메인프레임은 IBM의 대명사가 됐다.

메인프레임은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제조사가 원천 개발하다보니 지극히 폐쇄적이다. 특유의 종속성, 폐쇄성 때문에 금융권에서 사랑받았다. 보안이 뚫릴 일이 사실 상 제로에 가까운 만큼 돈을 취급하는 금융의 특성 상 주전산기 등에서 애용됐다.

IBM이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100대 은행 중 92개 은행이 메인프레임을 사용하고 있다. 금융 뿐 아니라 전 세계 25대 소매 유통업체 중 23개사가 메인프레임을 활용하고 있다. 돈이 오가는 업계에서 보안의 중요성, 안정성 때문에 메인프레임이 각광받는 것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유닉스 시스템 대비 시스템 도입 비용도, 유지보수 비용도 비싸다. 보안,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만큼 대가를 지불해야하는 셈이다. KB국민은행이 IBM에서 유닉스로의 시스템 전환을 노렸던 중요한 이유는 유지보수 및 교체 비용이다. 유닉스를 도입한 은행의 경우도 주 전산기가 해킹되는 등 보안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던 만큼 보다 저렴한 시스템을 도입하려 했던 것.

유지보수 등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니 IBM도 메인프레임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초 IBM은 저가형 x86 서버 사업부를 23억달러 규모로 레노버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IBM은 x86 사업 매각을 발표하면서 메인프레임, 하이엔드 서버 등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IBM 메인프레임의 또 다른 문제는 관련 개발자 풀이다. 메인프레임 유지 보수 등에는 코볼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가 사용되는데 코볼 개발자가 사라지고 있는 것. 관련 프로그래밍을 하기 위해서는 인력풀이 필수적인데 개발자를 찾기가 어렵고 찾는다 하더라도 채용하는데 많은 대가를 필요로 한다.

현직 개발자들 사이에서 코볼은 이미 사장된 언어다. 사실 상 개발자 환경은 자바 천하가 된지 오래다. 1900년대에서는 코볼을 사용하는 프로그래머가 그나마 더러 있었지만, 지금은 찾기조차 어렵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취업 전문 학원 등을 통해 C언어나 자바 개발자들이 양산되고, 대학교, 개발 학원 사이에서도 코볼을 가르치는 곳이 거의 없다.

중견 SI 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개발자는 “코볼은 이미 사장된 언어다. 일반 IT 업계에서는 코볼 개발자를 만나본 적조차 드물다”라며 “금융 전산 쪽에서 혹 사용될지 몰라도 일반 IT 업계에서 이용되지 않는 이상 인력풀 감소로 점점 더 개발자들을 구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권 전산팀 관계자는 “IT업계에서 코볼 경력 개발자들을 후한 연봉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는 대부분 금융권”이라며 “메인프레임 등에서 유지, 보수 등에 코볼이 이용되는데 C언어나 자바 등에 익숙한 개발자들이 많지 코볼 개발자는 드물어 경력 개발자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철지난 언어 코볼을 사용하고 있는 메인프레임의 역사는 50년이 넘었다. 최근 수년 간 국내 금융권에서는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의 전환을 추진했거나,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개방성이 전 세계 IT업계의 트랜드가 되고, 개발자 풀이 핵심 자산이 되는 상황에서 특유의 종속성을 이유로 메인프레임을 ‘철 지났다’라고 언급하기도 한다.

여러모로 KB국민은행 사태가 경영진끼리의 이전투구 양상으로 변질된 상황에서 유닉스, 메인프레임 등 어떤 시스템이 KB국민은행에 적합한지 여부도 본격적인 검증대에 오를 예정이다.

특히, 메인프레임이 유지보수 등 가격적인 단점, 개발자 인력 풀의 한계를 지니고 있는 만큼 기존 유닉스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업계 의견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철지난 IBM의 메인프레임이 금융업무에 적절한 지에 대한 부분은 심도 깊은 논의가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터진 잦은 보안 사고를 보면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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