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익 우선 생각하고 썩은 부위 도려낼 강력한 리더십 필요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국내 금융산업을 대표하는 금융그룹이자 대한민국 국민의 은행을 자처해 온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의 최근 위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부끄럽기만 한 비리·부실로 점철된 사건사고와 전대미문의 지주회장·은행장 동시 중징계 여부가 연일 언론에 도배되면서 KB 내부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못해 냉기가 돌 정도다.

개인정보 유출사고와 도쿄지점 불법대출,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조직 내홍에 대한 책임으로 금융당국의 강도높은 제재를 앞둔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자신의 거취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국내 최대 고객을 자랑하는, 리딩뱅크로서의 자부심이 넘쳤던 국민은행이 어쩌다가 이지경까지 왔을까. 요즘 같아선 정말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는 탄식과 한숨이 KB내부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리딩뱅크가 아닌 사고뱅크"라는 자조 섞인 농담도 이젠 익숙하다.   

언론계는 물론 금융계의 눈과 귀는 임 회장과 이 행장의 거취로 집중되고 있다. 과거 금융당국의 중징계 후 자리를 보전한 금융사 CEO가 흔치 않다는 점에서 KB금융지주와 은행 수장이 동시에, 아니면 어느 한쪽이 낙마할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KB를 이끌고 있는 실질적인 주체이자 주인인 대다수의 직원들과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단지 두 수장의 거취문제만이 관심거리는 아닐 테다.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내부갈등이 지주와 은행간 알력다툼으로 외부에 비춰지면서 KB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취임 1년째를 맞은 임 회장과 이 행장은 내부통제 능력에서 적잖은 한계를 드러내며 이미 수장으로서의 입지는 물론 리더십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낙하산끼리의 권력다툼에 지칠때로 지친 KB직원들 입장에선 조직쇄신을 위한 근본적인 처방을 제시할 수 있는, 다시말해 곪을대로 곪은 조직내 썩은 부위를 도려낼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CEO를 보고 싶지 않을까.

땀흘려 모은 피같은 돈을 맡긴 고객들의 입장에선 자신의 재산을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건강한 은행으로부터 무한 신뢰와 믿음을 얻고 싶지 않을까. 

KB 경영진이 남은 임기를 채우든 중도하차를 하든 이를 결정하는 기준은 금융당국의 징계수위가 아니라 KB 직원과 고객에게 '득'이 되느냐, 아니면 '실'이 되느냐다. 

개인의 사적 이익을 배제한 체, 직원들이 'KB맨'으로서의 사명감과 확고한 비전을 가질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장기적인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헛구호가 아닌 진정으로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금융사로 재탄생시킬 수 있을지. 본인들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 

지금은 KB의 중장기 발전을 위한 '멀리보기'가 필요한 때다. '완치는 병의 뿌리를 뽑아내면서 시작된다'는 말을 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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