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생태계 구축과 완성도 높은 제품 출시로 막대한 이익
삼성전자는 단순제조사에 머물고 중국추격으로 실적부진

[중소기업신문=이어진 기자] 애플이 올해 2분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했다. 어닝쇼크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경쟁 업체 삼성전자와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애플은 완성도 높은 제품과 이를 바탕으로 한 생태계 구축을 통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애플의 적수라 불리는 삼성전자는 위기감이 만연하다. 중국 업체들의 공세, 하드웨어 스펙 평준화 등으로 시장 지배력이 점점 하락하는 모습이어서, 향후 이 두 업체들의 경쟁구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애플, 고공행진 지속…완성도 높은 제품 및 플랫폼의 힘

애플 관련 소식을 국내에서만 듣게 되면 ‘곧 망할 것 같은 회사’, ‘스티브 잡스 없이 언제 무너질지 모를 회사’ 등의 이미지가 떠올려진다. 국내에서 보면 ‘곧 망할 것 같은 회사’인 애플은 잡스 사후 3년째인 현재까지도 실적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매출과 순이익은 더욱 늘었고, 생태계는 공고해졌다. 애플의 새로운 정책 및 개발 툴 발표에 전 세계 개발자들은 열광한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자사 제품군을 통해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만들었다. 운영체제와 하드웨어를 모두 제조하며, 이들 제품군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는 다른 업체들이 개발,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자신들이 만들다 보니, 완성도가 높다는 점은 개발자,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애플 생태계로의 유입을 이끄는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소프트웨어를 구입할 수 있는 여력이 많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점도 개발자들의 유입을 끌었다.

애플이 자사 생태계에 속한 개발자와 업체들을 얼마나 아끼는 지는 애플 세계개발자대회(WWDC)만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다. 지난달에 개최된 WWDC2014에서 애플은 API 공개, 신규 프로그래밍 언어 스위프트, 헬스키트, 홈키트 등 플랫폼, 일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앱 베타테스트, 모바일 3D 게임 엔진 ‘메탈’ 등 개발자들을 위한 선물보따리를 대거 풀었다. 자사 생태계에 개발자들을 묶어두려는 행보다.

애플의 탄탄한 생태계 구축으로 인해 개발자, 개발업체들은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올해 2분기 기준 개발자들이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얻어간 수익은 앱스토어 수수료를 제외하고 200억달러, 원화로 20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6월, 100억달러와 비교해 약 1년 만에 2배 증가했다.

소프트웨어 뿐 아니라 음원 부분도 마찬가지다. 애플의 음악 서비스 아이튠즈의 경우 올해 2분기 기준 매출 45억달러 한화 4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아이튠즈 수익의 70%는 음원 업체들이 가져간다. 애플은 올해 상반기 음원 스트리밍 업체인 비츠를 인수하는 등 음원 스트리밍 사업까지 잠식하려 하고 있다.

생태계 구축, 완성도 높은 제품 출시로 인해 애플은 매 분기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애플의 매출은 374억달러(한화 38조2377억원) 순이익은 77억5000만달러(한화 7조9236억원)에 달한다. 각각 전년 대비 6%, 12% 증가했다. 아이폰과 자사 PC 맥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10% 가량 증가했다. 더 커진 아이폰6의 출시가 예고되고 있는 올해 하반기 전망 또한 밝다. 미국 시장에서 휴대폰 사용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대화면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아이폰6를 구입하기 위해 단말 교체를 미루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 중국 제조업체 샤오미가 22일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Mi4. 갤럭시S5와 비슷한 성능을 보이는 이 스마트폰의 가격은 3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사진출처=샤오미 홈페이지)

 

◆위기의 삼성, 중국 추격에 플랫폼도 지지부진 “이를 어쩌나”

애플은 플랫폼 수익으로만 수조원대의 수익을 얻어가고 있고 완성도 높은 제품 출시로 인해 단말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경쟁업체인 삼성전자는 단순 제조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년 간 다양한 분야에서 플랫폼 사업을 저울질 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뜻대로 되진 못했다. 바다 운영체제는 2%의 미미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다 결국 처절한 실패로 끝났다. 삼성 앱스 등 앱마켓을 노렸지만, 구글 플레이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긴 역부족이었다.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한 글로벌 메신저 서비스 ‘챗온’의 경우도 스마트폰 판매 확대로 가입자 2억명을 돌파하긴 했지만 실 사용자는 미미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운영체제, 플랫폼 생태계 구축에 실패한 삼성전자. 제조사로서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려운 모양새다.

제조사로서의 입지도 위태위태하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무섭다. ‘짝퉁’ 오명을 받아왔던 중국 업체들은 1~2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기술력을 따라왔다.

중국업체인 화웨이의 스마트폰 ‘오너6’는 옥타코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광대역 LTE-A 지원, 3100mAh 배터리, 1300만화소 카메라, 3GB 램 등을 탑재하는 등 삼성전자의 갤럭시S5와 비교해 스펙에서 큰 차이가 없다. 이 회사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도 자체 제작할 정도다. 성능 또한 삼성전자의 AP인 엑시노스와 별 차이 없다.

샤오미가 22일 공개한 프리미엄폰 MI4 또한 5.5인치 풀HD 디스플레이, 퀄컴 스냅드래곤 805, 광학식 손떨림 보정 기능을 지원하는 1600만화소 카메라, 3GB 램, 3080mAh 대용량 배터리 등을 탑재했다. 그런데 이들 중국 제품은 삼성전자 프리미엄 제품과 비교해 반 값 수준에 불과하다. 화웨이의 오너6는 16GB 모델 1999위안(한화 33만원), 32GB 모델이 2499위안(한화 41만원)이다. 샤오미의 Mi4는 499달러(한화 51만원)으로 갤럭시S5에 비해 30만원 이상 저렴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 S3 시절, 하드웨어 스펙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을 평정했지만, 스펙 경쟁이 무의미해지고 가격 경쟁력에서 조차 중국 업체들에 뒤처지면서 점점 더 스마트폰 제조사로서의 입지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7조2000억원. 어닝쇼크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등지에서 경쟁이 심화, 재고 처리를 위한 마케팅비 지출이 영업이익 하락에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중국 시장에서, 샤오미, 화웨이 업체들은 물론이거니와, 삼성전자의 적수 프리미엄폰 제조사 애플마저도 고공행진 중이다. 애플의 올해 2분기 중국 매출은 전년 대비 28% 증가했다. 아이폰은 48%나 판매량이 늘었다. 올해 5월 기준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는 아이폰5S다.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 업체들의 공세만이 아닌 것이다.

삼성전자도 이런 위기감을 인식하고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임원들은 최근 목표달성장려금의 25%를 자진 반납하는가 하면 임직원 출장비를 20%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서초사옥에서 근무하는 경영지원실 본사 직원 중 150여명을 수원과 기흥사업장에 현장 배치키로 했다.

26일에는 삼성전자 CE(소비자 가전)부문과 IM(인터넷 모바일) 부문 임원 600여명이 참석하는 1박2일 워크숍을 계획하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먹고 살기 어려운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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