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여 중소업체 무방비 노출…이케아 시장침해로 국내 가구산업 생태계 파괴될 듯

 

▲ 이케아 광명 1호점 조감도.(사진출처=이케아 홈페이지)

 

【중소기업신문=이어진 기자】 가구산업에서 세계적인 공룡이라 불리는 이케아가 국내시장에 진출, 국내가구산업 생태계가 파괴될 위기에 놓였다. 가구업계는 이케아로 인해 1만여업체가 몰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등 국내 가구산업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호점 오픈을 눈 앞에 두고 있는 광명 지역 상권이 흔들리는 것을 시작으로 이케아의 대공세가 시작된다. ‘공룡’ 이케아의 내수시장 상륙으로 인한 국내 가구산업 및 지역 상권 등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봤다. <기획시리즈·상>

세계적인 유명가구브랜드의 국내시장 상륙

이케아는 1934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세계 최대의 가구인테리어 유통업체다. 현재 이케아는 42개국 345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 규모는 43조원에 달하는 가구업계의 공룡업체다. 총 판매제품은 9500여종, 연간 방문자수만 7억7500만명에 달한다.

이케아가 가구업계 공룡이 될 수 있었던 건 가격경쟁력. 이케아는 53개국 1084개 납품업체를 통해 자사 디자인을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업체에 주문을 낸다. 인건비와 물류비용도 낮춘다.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는 ‘D.I.Y' 방식을 통해 제품을 판매, 인건비을 줄인다. 시공비가 없어 일반 가구 업체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이케아의 국내 진출에 반기는 모습이다. 특히 20~30대 소비자층은 깔끔한 디자인에 저렴한 가격으로 무장한 이케아표 가구에 환호한다.

하지만 이면에는 하루 아침에 길거리에 내몰리게 생긴 중소 가구업체들이 있다. 가격경쟁력으로 무장한 이케아 때문에 중소 가구업체와 종사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국내 가구 시장에서 중저가 제품들에 주력하는 중소업체들은 이케아로 인해 몰락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들을 내비추고 있다.

국내 가구소비 중 브랜드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30%에 불과하다. 국내 가구업계 브랜드사들의 주 타겟층은 40~50대로 프리미엄 제품군에 매진하고 있다. 이케아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다 하더라도 타겟층이 달라서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도 이케아의 한국 진출과 관련 타겟층이 다른 만큼 브랜드 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중소가구업체들엔 '치명타'

이케아 진출로 인해 피해를 보는 중소 업체들은 국내 가구소비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중저가 제품을 생산, 유통하고 있다. 국내 중소가구업체들은 약 1만여개에 달하며, 관련 종사자가 제조 분야만 6만여명, 유통업과 연관 산업을 합치면 10만여명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황소개구리가 생태계를 파괴하듯 이케아 진출로 인해 국내 가구산업의 기반이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들을 내놓고 있다.

광명시에 거주하는 A씨는 올해 10여년 간 운영하던 가구점을 폐업했다. 올 연말 KTX 광명역 근처에서 오픈하는 이케아 때문이다. A씨가 거주하는 지역은 이케아와 지근거리. 이케아 오픈이 점차 다가오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겼다. 대형 가구가 아닌 수납장, 책장 등 소형 가구 위주의 상품 판매에 이케아 입점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는 격이었다. 이케아 1호점이 오픈하고 난 이후에는 판매가 더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 눈물을 머금고 폐업했다.

중소 가구 업계 관계자는 “이케아 입점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1만여개에 달하는 중소 가구 제조, 유통업체들이다. 10만여명에 달하는 가구 종사자가 피해를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케아가 내놓은 채용 계획은 매장 당 고작 500여명 수준에 불과하다”라며 “중소가구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피해 구제 대책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비자들, 이케아 오픈 앞두고 국산가구 구매 미뤄

이케아 오픈 기대감에 가구구매를 이케아 입점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다반사다. 기자가 만난 광명시 거주자 대부분은 이케아 오픈 때까지 가구 구매를 미루고 있었다. 이케아 입점이 지역 내 가구 소비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광명시에 거주하는 B씨는 “올해 초 옷장, 책장 등 집안 가구 등을 교체하려 했지만 이케아가 올 연말 오픈한다는 소식에 일단 보류키로 했다 디자인이 깔끔한데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평가에 가구 구매를 뒤로 미룬 것”이라며 “품질에 다소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지만 다른 중소 업체 가구들을 구입한다 하더라도 이케아 오픈 이후 직접 살펴본 뒤에 구입해도 큰 지장이 없어서 구매를 미뤘다”고 밝혔다.

올해 초 결혼한 C씨 또한 신혼주택을 마련하면서 가구 구입을 미뤘다. C씨는 “업체들을 통해 가구 일체를 구입하려 했었지만, 가격 부담이 큰 데다 이케아 오픈도 얼마 남지 않아 구입을 미루고 집에서 사용하던 오래된 가구들을 일단 사용하고 있다”며 “이케아 오픈 이후에 제품들을 살펴본 뒤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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