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여 연관업체 길거리 내몰릴 위기…집기·침구·조명·생활용품도 판매해 골목상권도 위협

 

이케아 광명 1호점 조감도.(사진출처=이케아 홈페이지)

 

 가구산업에서 세계적인 공룡이라 불리는 이케아가 국내시장에 진출, 국내가구산업 생태계가 파괴될 위기에 놓였다. 가구업계는 이케아로 인해 1만여업체가 몰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등 국내 가구산업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호점 오픈을 눈 앞에 두고 있는 광명 지역 상권이 흔들리는 것을 시작으로 이케아의 대공세가 시작된다. ‘공룡’ 이케아의 내수시장 상륙으로 인한 국내 가구산업 및 지역 상권 등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봤다. <기획시리즈·하>

【중소기업신문=이어진 기자】이케아의 진출이 중소 가구 업체 뿐 아니라 지역 소매 상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들도 지속 제기되고 있다.

이케아는 가구만 파는 업체가 아니다. 가구 외에 집기, 침구, 조명, 생활용품 등을 전시하며 이들 제품을 같이 구입하는 것을 유도한다. 없는 것 빼곤 다 있다. 독특한 디자인 아이디어 제품도 진열돼 있다. 가구를 넘어선 컨셉과 전략으로 소비자를 이끈다. 이케아 매장에는 대형 식당도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이케아 진출로 지역 내 골목상권 종사자들이 길거리에 내몰릴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케아 1호점이 오픈하는 광명시 이케아와 관련된 업계 종사자 수는 3000명, 업체수로는 920여개다. 조명장치 제조 및 유통업계 종사자수만 450여명, 가정용품 소매업 종사자수는 1000여명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이케아 쓰나미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연관 산업까지 합치면 이케아와 경쟁할 가능성이 높은 소상공인 수는 더 늘어난다.

더군다나 대형쇼핑몰이 밀집돼 있어 소비자들이 근처 소매업체들을 외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케아 지근거리에는 대형 쇼핑몰 코스트코가 있다. 광명 KTX역사 주변은 주말마다 코스트코 매장을 찾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케아 광명점 옆에는 롯데프리미엄아울렛이 올 연말 입점할 예정이다. 이케아 오픈 이후에는 코스트코->롯데프리미엄아울렛->이케아로 이어지는 쇼핑객들의 발길이 이어질 전망이다. 코스트코,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케아 등 대형 쇼핑몰들이 배를 불릴 동안 광명 지역 상권은 몰락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광명지역 상인 일부는 “코스트코, 이마트 등 최근 수년 간 들어선 대형 쇼핑몰들로 인해 지역 상권이 점차 몰락하고 있는데 이케아까지 합세하게 되면 지역 상권은 초토화 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내 가구산업을 연구하는 아수라백작 가구연구소는 이케아 입점이 지역 상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광명시 차원의 면밀한 평가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수라백작 가구연구소는 “지금이라도 상권영향평가를 광명시 차원에서 실시해야, 이케아코리아가 제출하는 상권영향평가서 및 지역협력계획서 등의 서류의 사실관계 및 실효성 등을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케아 상생 행보도 사실 상 ‘뒷통수’

이케아는 광명지역 소상공인연합회와 ‘광명시 가구유통산업 보호 및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자사 매장 내에 350여평 규모의 공간을 광명시 가구조합에 5년 간 무상 임대키로 하는 등 중소가구, 지역 업체들과 상생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추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소비자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곳에 공간을 마련 ‘눈 가리고 아웅 식’ 대처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수라백작 가구연구소는 “이케아 광명점은 지하 2층, 지하 1층, 그리고 1층이 주차장인데, 주차장인 1층에 공동전시·판매장을 건축하겠다는 내용은 전 세계 이케아 매장이나 국내외 유명 복합쇼핑몰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비현실적인 내용”이라며 “주차장에서 가구쇼핑을 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케아가 공고한 500여명 채용 역시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케아 측은 지역 상권 논란이 가속화되자 정규직 300명 이상을 광명시민으로 우선 채용하고, 배송·조립 등 비정규직 채용 인원도 광명시민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지난 5월 이케아 채용설명회 때 언급된 근로자들의 근무 시간은 주당 14~40시간. 1일 기준 3~8시간 수준. 이케아는 정규직 직원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 상 파트타임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채용확정시기와 급여, 파트타임의 시급 조차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아수라백작 가구연구소는 “1일 8시간 근무 기준으로 이케아 광명점의 적정 직원 수는 140~180명으로 추정된다”며 “이케아는 정규직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정규직의 탈을 쓴 파트타임 모집일 뿐이다. 실제 다른 국가들의 이케아 매장 채용의 경우도 그렇다”고 지적했다.

쓰고 버리는 이케아 가구, 친환경 문제도 논란

이케아 가구는 국내 가구 소비 패턴과 맞지 않다는 분석들도 나온다. 보통 국내 소비자들은 가구를 한번 구입하면 최소 5년 이상 사용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20~30대 신혼부부들은 신혼집 장만 시 가구를 구입한 뒤 오래 사용할 것을 염두에 두고 구입하며 40~50대 중장년층의 경우는 10년 이상을 고려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하지만 이케아 가구는 수명이 짧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케아에 열광하는 국내 소비자들도 이케아 가구의 수명이 짧다고 평가하고 있다. 수명 문제로 가격에 민감한 1인 가구에는 적합할지 몰라도 가족 단위 소비자들에게는 맞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이케아의 메인 타겟층은 싱글, 저가 임대주택 거주자들이다. 이들 지역에서 이케아 가구는 짧게 쓰는 가구, 저가가구라는 인식이 형성돼 있다. 임대주택이 보편화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이케아가 성공한 이유 중 하나다. 반면 국내의 경우 50~60%가 자가 주택에 거주하고 있고 10년 이상 장기 소유한다는 인식을 가진 소비자들이 많다.

이 때문에 이케아의 국내 진출로 가구가 단순 제조상품으로 인식돼 환경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는 분석들도 나온다.

가구 업계 관계자는 “이케아가 친환경 자재를 사용한다고 어필하고 있지만, 이케아 가구가 ‘쓰고 버리는 가구’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만큼 오히려 환경 문제, 자원 낭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국내 소비자들에 가구를 오래 두고 사용하는 개념이 아닌, 쓰고 버리는 상품의 개념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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