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윤 회장
케인스의 유효수요이론은 40년 동안 장사를 잘해먹었다. 1970년대 들어 이번에는 수정주의가 큰 고장을 일으켰다. 그동안 정부가 돈을 너무 많이 뿌려서 정부부문, 공공부문이 너무 커져버렸고 그 결과 각국은 공공부문에서 할 일이 별로 없어졌다. 또 정부가 많은 일을 하다 보니 재정적자가 크게 늘어 모두 빚투성이가 돼버렸다. 당연히 정부가 돈을 풀 수 있는 여력이 크게 줄었다. 그 대신 정부가 너무 돈을 많이 풀어 놓았기 때문에 물가는 끊임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더구나 정부가 하는 일이 모두 비능률 투성이어서 돈을 뿌려도 성장은 되지 않고 - 즉 일자리는 늘지 않고 물가만 오르는 이상한 경제현상 - 이전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불황 속의 인플레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경제하는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스테그 플레이션이라고 불렀다.

70년대 스테그 플레이션 속에서 세계인들은 실업의 공포 앞에서 벌벌 떨어야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선거만 하면 정권이 바뀌었다. 경제침체와 취업난 때문이었다. 미국 · 영국 · 프랑스 · 독일 ··· 일본도 자민당 정권은 유지됐지만 총리는 하루살이 신세가 돼버렸다.

또 한 가지 특이한 현상은 60여년에 걸친 공산주의실험이 비능률과 관리부재 때문에 실패로 끝나고 종주국인 소련과 중국에서도 공산주의 계획 경제의 파산선고와 함께 정권교체가 이루어 졌다.

중국에서는 모택동의 퇴장과 문화혁명의 실패, 그리고 등소평의 등장을 몰고 왔다. 등소평의 등장과 함께 실용주의 ··· 즉 사회주의 속의 시장경제 실험이 시작됐다.

소련에서는 브레즈네프 철권통치의 퇴장과 (안드로 포프, 체르낸코를 거쳐) 고르바쵸프의 페레스트로이카 (개혁·개방)가 등장했다 - 그것은 계획경제가 시장경제로 전환돼가는 신호였다.

영국에서는 철의여인 대처수상이, 그리고 미국에서는 영화배우 출신 레이건이 등장해서 수정주의를 청산하고 신자유주의경제를 실천하면서 다 무너져 가던 세계경제를 살려냈다. 서독에서는 콜수상, 일본에서는 나까소네가 등장, 신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실천했다.

경제이론적 측면에서 보면 영국에서는 케인스의 수정주의에 밀려 맥을 못 추던 하이에크의 자유주의 이론이, 그리고 미국에서는 아더·래퍼의 공급중심경제이론 - 써플라이 사이드 이코노믹스가 영향을 미쳤다.

대처나 레이건 모두 신자유주의 토대위에서 현실경제문제를 정면 돌파해 나갔다. 두 사람 모두 신자유주의 이론에 따라 일자리 문제를 풀어나가려 했다. 그러나 큰 저항에 직면했다. 당시 세계최강을 자랑하던 영국탄광노조와 미국의 AFL-CIO가 큰 골칫거리였다.

대처는 영국노조를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만들기의 최대 장애물로 지목하고 당시 세계최강을 자랑하던 탄광노조와 정면 대결해서 이를 승리로 이끌었다. 그 승리를 바탕으로 국영기업의 민영화, 작은 정부 실현 등 개혁정책을 실천해 나갔다. 그리고 영국병을 치료하고 시름시름하던 영국경제를 살려냈다.

레이건도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요인으로 미국노조를 지목했다. 레이건은 1970년대 세계최강을 자랑하던 자동차 노조 대신 콘트롤러 노조를 선택했다.

81년 콘트롤러 파업을 계기로 13,000명의 콘트롤러 노조원 중 11,000명을 해고했다. 그리고 복직 · 전직도 못하게 하는 무자비한 숙청을 단행했다.

70년대 스테그 플레이션이 낳은 또 하나의 트렌드는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실용주의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 (白描黑描)로 집약된 등소평의 실용주의는 사회주의와 시장경제를 접목하는 가교역할을 했다. 그것은 중국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끈 촉매제가 됐다.

80~90년대는 강성노조의 쇠퇴에 따른 산업평화와 신자유주의에 바탕을 둔 실용주의, 신성장동력산업으로 I/T · 벤처산업의 등장, 그리고 시장 확대를 위해 추진된 글로벌화 - 세계화가 세계경제를 이끌어 왔다.

이런 흐름을 타고 등장한 것이 빌 클린턴의 소위 신경제였다. 빌 클린턴 전대통령은 경제성장률이나 1인당 GDP 대신 일자리 창출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리고 80년대부터 추진돼오던 글로벌화(지구촌경제)를 더욱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그는 일자리 만들어 경제 살리기를 실천한 장본인이다.

빌 클린턴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위해 미국전역을 벤처 · I/T 단지로 만들었다. 실리콘벨리 → 콜로라도벨리 → 워싱턴벨리 → 시카고벨리 → 시애틀벨리 ··· 미국을 벤처단지화하고 재임 8년 동안 I/T, 벤처산업 중심으로, 6백만개의 중소기업을 창업케 했다. 그리고 2천2백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한 달 평균 23만7천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낸 것. 참여정부때 우리가 1년 동안 만들어낸 일자리보다 더 많았다. <2.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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