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 무상감자로 계열사서 빠지고 동부건설도 '흔들'…동부화재 등 금융의존도 심화

【중소기업신문=김경호 기자】 동부그룹의 사업구조가 금융위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동부그룹 비금융분야 주력기업인 동부제철이 감자로 그룹에서 빠져 나오고 사업분야의 자산매각도 줄을 이을 것으로 에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동부그룹이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상당수 비금융 계열사를 매물로 내놓거나 자산매각을 서둘고 있는 가운데 부실이 많은 동부건설이 앞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당하게 될 경우 경우 제철과 더불어 그룹의 비금융분야 주축을 이뤄온 동부건설이 채권단 운영으로 넘어가게 되면 동부그룹은 그야말로 금융위주의 그룹으로 변신하게 될 전망이다.

23일 금융계와 재계에 따르면 채권단이 동부그룹의 유동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사업구조도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금융분야에서 동부제철이 빠져 나가게 되고 동부건설도 실적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동부화재 등 금융 계열사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에다라 비금융 사업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전자와 농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동부제철 채권단은 추가 자금 지원을 위한 선제 조건으로 대주주에 대한 100대 1의 무상감자를 요구하기로 합의하고 이날 열리는 채권단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지원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일반주주와는 달리 대주주에 대해 높은 비율의 무상감자가 추진되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경영권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대주주 지분율 36.94%가 감자 이후 1% 미만으로 하락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동부제철은 사실상 채권단이 경영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더라도 동부그룹 계열에서는 빠지게 될 것으로 채권단 관계자는 전했다.

현재 동부그룹이 자구실천계획으로 동부특수강과 동부메탈에 대한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동부그룹은 그동안 그룹의 비금융분야 주축사업인 철강분야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지난 1984년 동진제강을 인수하면서 철강 사업에 뛰어든 동부그룹은 2007년 제철사업에 진출했으며, 2008년에는 사명을 동부제철로 변경했다. 또 2008년 동부메탈 출범, 2011년 동부특수강 분사 등을 추진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했지만 업황 악화라는 암초를 피하지 못하고 결국 철강 사업에서 철수하게 됐다.

동부그룹은 그룹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동부건설이 과다한 부실을 안고 있는데다 건설경기침체로 실적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동부건설은 올해 상반기에만 45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달과 오는 11월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 규모만 1300억 원 이상으로, 동부건설은 동부하이텍지분 매각과 매출채권 유동화를 통해 자금을 마련해 고비를 넘길 것으로 보이나 현재로서는 적자가 많은 실적 반전의 가능성은 낮아,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도 높은 실정이다.

채권단은 동부그룹 스스로가 비금융 사업분야의 상당부분을 정리하면 금융을 위주로 한 그
룹으로 남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지만 그동안 과다한 실적부진으로 유동성위기에 빠진 그룹의 경영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비금융분야의 정리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으로 비금융 분야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사업분야에선 동부대우전자가 주력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매출은 2조 원 정도로 추산돼 동부제철이 빠질 경우 비금융 계열사 중 최대 규모를 보일 것이나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부대우전자에 대한 기대가 큰 편은 아니다.

동부의 사업분야에선 동부팜한농이 그나마 확실한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4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 389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동부그룹의 금융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주력인 동부화재는 매년 꾸준히 10조 원 이상의 보험료수익을 올리며, 그룹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동부제철이 계열사에서 제외되면 동부화재의 비중은 70%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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