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고객에게 마땅히 지급해야 할 자살보험금을 제대로 주지 않은 생명보험사들이 금융당국의 보험금 지급 요구에 '반기'를 들며 법정대응에 나설 기세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그동안 분쟁조정국에 접수된 재해사망 특약에 따른 자살보험금 민원과 관련해 12개 생보사에 대해 '관련 민원을 오는 30일까지 해결하라'는 내용의 지도 공문을 발송했지만, 해당 생보사들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삼성·교보·한화 등 '빅3'를 포함한 생보사들은 최근 실무자 모임을 갖고 '자살이 재해가 아닌 만큼 약관상의 실수가 있더라도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각사의 판단에 따라 민원인을 상대로 한 소송 등 향후 대응에 나서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그간 생보업계는 자살에 대해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은 실수로 만들어졌고, 보험금을 지급하면 자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미지급 자살보험금이 1인당 억대에 달하는 만큼 민원을 제기한 고객과 생보사 간 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는 결국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생보사들이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소송'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데는 금융당국의 태도가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이 생보사에 내려보낸 공문은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민원인과 합의하라는 권고였지만 사실상 '강제성'이 없을 뿐더러 이들을 징계하기 위한 구체적인 검사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감원이 실질적인 보험금 지급을 유도하고 이들 생보사를 처벌할 의지가 있느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는 것. 

게다가 생보사들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공문에는 단순히 ING생명에서 문제가 된 재해사망특약과 유사한 보험을 판매한 경우 보험금 지급업무를 철저히 해달라는 지시만 있을 뿐 미지급 보험금의 지급시한이나 지급계획 제시 등 구체적인 실행내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겉으로는 생보사의 자살보험금 지급을 압박하는 제스쳐를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들을 봐주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들 입장에서 강제력이 없는 지도공문 하나로 2200억원에 달하는 자살보험금을 순순히 내놓겠냐"며 "금융당국은 이들에 대한 검사방식 및 일정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등 후속조치가 하루빨리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8월 ING생명에 대한 종합검사에서 2003년부터 2010년 사이 재해사망특약 2년 후 자살한 건에 대해 보험금을 미지급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재해사망 특약에 따른 보험금 미지급 등을 이유로 ING생명에 4억5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ING생명 외에 대부분의 생보사들도 2010년 4월 표준약관을 고치기 전까지 자살에 대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약관에 명시하고도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해왔다. 재해로 인한 사망보험금의 경우 일반 사망보다 보험금이 2배 이상 많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4월말 현재 전체 생보사가 고객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자살보험금은 총 2647건, 2179억원에 달한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