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애국심도 한계다"라며 제조사·이통사 위한 단통법에 불신여론 높아

[중소기업신문=이어진 기자]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이 임박하면서 소비자들의 동향이 심상찮다. 휴대폰을 고장날때 까지 쓰겠다는 소비자들이 느는 것은 물론, 국산폰과 비슷한 성능에 가격까지 저렴한 외산폰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일부는 해외직구라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규제한 '보다 싸게 살 권리'찾기에 소비자들이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나서는 모양새로, 단통법에 대한 '역풍' 가능성이 번지고 있다.

이런 소비자들의 움직임에는 당초 가계의 주머니 부담을 줄이겠다며 야심차게 추진된 단통법에 대한 깊은 불신이 깔려있다. 조금만 귀를 귀울여도 "단통법으로 모두가 비싸게 스마트폰을 사게됐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은 쉽게 들을 수 있다. 휴대폰 출고가를 낮추지도 못하면서 전체 보조금만 줄어들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조성에는 분리공시 실패도 한 몫했다. 정부가 민간사업자가 정하는 휴대폰 출고가를 낮추라고 강제할 순 없지만, 제조사 장려금과 이통사 보조금을 각각 공개하는 분리공시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인하 효과를 거둘 순 있었다. 하지만, '경제 살리기'라는 애매모호한 명분하에 분리공시는 단통법에 끝내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두고 제조사들은 부담을 덜게 됐지만, 소비자들의 부담은 커지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마케팅비 출혈 경쟁이 사라지게된 이동통신사의 주가는 이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결국 단통법은 사실 상 소비자를 위한 법이 아닌,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를 위한 법이 됐다는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어잿든 단통법은 예정대로 내일부터 시행된다. 주목되는 것은 속이 터지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대로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쓰던 휴대폰을 더 쓰겠다는 소비자들은 애교다. 비싼 국산폰 대신 외산폰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실제 국내 제조사의 스마트폰과 비교해 비슷한 성능을 보이면서도 가격은 절반 수준에 불과한 제품들은 많다.

이런 분위기는 외산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도 기회가 되고 있다. 단통법 시행을 앞두고 화웨이는 30일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자회사 미디어로그를 통해 스마트폰 X3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당초 아너6라 불리던 제품으로 갤럭시S5, G3 등의 제품과 비교해 성능 상에서 큰 차이가 없다. 이 제품의 출고가는 52만8000원. 보조금을 적용 시 실 구매가는 33만원이다. 갤럭시S5, G3 등은 보조금을 최대로 받을 경우 60만원대다.

해외직구를 통해 중국산 스마트폰을 구입하겠다는 한 소비자의 말은 인상깊다. 그는 자신의 결정에 대한 질문에 '애국심도 한계'라고 짧게 말했다. 그동안 그래도 국산이라는 생각에 수차례 국내 제조사 스마트폰으로 바꿔왔지만, 더이상은 싫다는 것이었다.

정부가 이동통신사와 제조사들에 편향된 형태의 단통법을 만들게 되면서 소비자들의 '애국심'에도 균열이 생기는 모습이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탄탄한 국내 시장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단통법이 거센 역풍을 부를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