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라이프·에이스생명만 자살보험금 지급, 삼성은 '유보' 나머지 9개사는 '소송' 검토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약관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금융당국의 권고에 '반기'를 든 생명보험사들이 고객과의 소송전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그동안 분쟁조정국에 접수된 재해사망 특약에 따른 자살보험금 민원과 관련해 12개 생보사에 대해 '관련 민원을 지난달 30일까지 해결하라'는 내용의 지도 공문을 발송했지만, 2곳을 제외한 10개 생보사들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미지급 자살보험금이 1인당 억대에 달하는 만큼 민원을 제기한 고객과 생보사 간 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는 결국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의 미지급 자살보험금 지급 권고를 수용하겠다고 보고한 생보사는 중소형사인 현대라이프와 에이스생명 단 2곳 뿐이었다.

나머지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동부생명, 신한생명, 농협생명, 동양생명, 메트라이프생명, 알리안츠생명, ING생명 등 10곳은 금융당국의 권고를 거부했다.

생보업계를 대표하는 삼성생명은 당장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현재 진행중인 미지급 자살보험금 관련 소송 결과를 지켜본 뒤 지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나머지 생보사들은 민원을 제기한 고객을 상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채무가 없다'는 채무부존재 소송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금감원은 ING생명에 대한 종합검사에서 2003년부터 2010년 사이 재해사망특약 2년 후 자살한 건에 대해 보험금을 미지급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재해사망 특약에 따른 보험금 미지급 등을 이유로 ING생명에 4억5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ING생명 외에 다른 생보사들도 2010년 4월 표준약관을 고치기 전까지 '재해사망 특약 가입 후 2년이 지나 자살할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약관에 명시하고도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해왔다. 재해로 인한 사망보험금의 경우 일반사망보다 보험금이 2배 이상 많다.

생보사들이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소송' 카드를 꺼내든 데는 거액의 보험금을 토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간 생보업계는 '자살에 대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은 실수로 만들어졌고, 보험금을 지급하면 자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지만, 실제로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보험금이 부담스러운게 사실이다. 

이들이 '약관대로'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자살보험금은 최소 2200억원으로 추산된다. 만일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할 경우 관련 민원이 쇄도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지급해야 할 보험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공산이 크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4월말 현재 생보사가 고객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자살사망보험금은 총 2647건에 2179억원 수준이다.    

▲ 생보사 미지급 재해사망보험금 현황 (자료=김기준 의원실)
회사별 미지급 금액은 ING생명이 471건에 65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생명(713건, 563억원)·교보생명(308건, 223억원)·알리안츠(152건, 150억원)·동부생명(98건, 108억원)·신한생명(163건, 103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게다가 ING생명에서 적발된 사례와 같은 재해사망 특약이 들어간 상품 보유 현황을 전체 보험사를 대상으로 취합한 결과 총 281만7173건에 달했다. 대형사가 158만1599건이었고 중소형사는 58만9572건, 외국사는  64만6002건이었다.

김기준 의원은 “보험사는 자신들에게 유리할 때는 약관대로 하자고 하면서 불리할 때는 못지키겠다며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실제 자살사망보험금 미지급 실태를 정확이 파악하기 위해 각 보험사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감원은 소송과 별도로 이달 중 생보사들의 자살보험금 미지급과 관련해 대대적인 검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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