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감량인데 몸집 키우기 바쁜 '공격경영'…고객서비스 뒷전인 농협 '민원다발' 딱지 뗄까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경기불황 속에서도 농협은행(은행장 김주하)의 경영행보는 거침이 없다. 저금리·저성장 여파로 수익성 하락 우려감이 커지자 은행들이 너도나도 인력감축 및 점포폐쇄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지만, 농협은행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올해 들어 대규모 인력 충원에다 점포 수 확대 등 공격경영의 고삐를 바짝 죄며 대출은 물론 예금, 펀드 등에서 업계 1위를 싹쓸이하고 있는 농협은행의 거침없는 행보는 경쟁사들을 주눅 들게 만든다. 

보험ㆍ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의 선전에 힘입어 농협금융지주는 금융권 4강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말 은행지주사 중 총자산 기준으로 5위에 머물던 농협금융은 올 상반기에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를 제치고 2위 하나금융지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먹구름'이 잔뜩 낀 업황부진 속에서도 약진을 거듭하며 경쟁사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농협. 하지만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처지다. '민원다발'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늘 붙어다니며 농협을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다.

출범 3년차에 접어든 농협은행은 고객만족경영에서 덩치에 걸맞지 않는 초라한 성적표로 체면을 단단히 구기고 있다. 금융당국의 은행권 민원발생평가에서 농협은행은 5년 연속 하위등급(4~5등급)에 쳐져 있다. 지난 2009년과 2010년 각각 4등급을 기록한 데 이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3년째 최하위인 5등급을 받았다.  

현재 금감원이 대형 금융사고를 일으킨 회사에 대해 민원 평가시 1등급 하향조정 등 불이익을 주고 있는 만큼 농협은행은 농협카드에서 발생한 고객정보 유출사고로 등급이 한 단계 강등돼야 하지만, 이미 민원평가에서 5등급을 기록해 더 이상 내려갈 등급이 없었다. 수모 아닌 수모였다.  

농협은행이 농협중앙회의 사업구조 개편에 따라 지난 2012년 3월 "농민과 고객의 만족을 위해 환골탈태하겠다"는 각오로 개혁과 쇄신을 외치며 야심차게 출범한지 3년이 지난 지금. 공격적인 영업드라이브에 고객민원이 쌓이면서 '민원다발 은행'이라는 오명을 아직까지 씻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의 경우 실적만을 외치는 무리한 공격경영이 불완전판매 및 민원증가 등 각종 후유증을 불러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최근 공격적인 '몸집 불리기' 행보를 보이고 있는 농협은행이 단기간내 고객중심의 체질강화를 통해 '환골탈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먼저 앞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초 농협중앙회의 두터운 신임 속에 조직 안팎의 높은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2대 농협은행장으로 취임한 김주하 행장은 '체질개선'과 '고객신뢰 확보'를 취임 일성으로 내세웠다.

민원평가 '만년 꼴지'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는 농협은행이 올해 민원발생평가에서 최하위등급을 벗어날 수 있을지 여부는 김 행장의 손에 달려 있다. 실적개선 만큼이나 고객중심경영을 통한 신뢰회복은 그가 풀어야 할 당면 과제이자 경영역량을 평가하는 시험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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